19세기 미국의 시인, 사상가, 시민 운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 Thoreau)의 유명한 저서 '월든(Walden, Life in The Woods)'은 오랫동안 현대 물질문명에 반대하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는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책이다.
소로는 에머슨(Ralph W. Emerson), 롱펠로(Henry W. Longfellow)와 함께 19세기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발흥한 무정부주의,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초절주의 사상가였다.
그렇다고 소로가 관념론적 사상에만 경도된 단순한 이상주의자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미국을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요소로서 물질 중심의 문명에 거부감을 가진 소로는 그의 또 다른 대표적인 저서 '시민의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서 일반 시민의 정신적, 물질적 자유를 훼손하고 물질에 대한 굴종을 강요하는 장치, 즉 사회적 제도와 법 체계에 대한 정의롭지 못한 적용을 거부한다.
그리고 소로는 이와 같은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저항하는 한편 자신에게 궁극적인 자유를 안겨줄 자연 친화적인 무소유의 삶을 실험하기 위해 1845년부터 1847년에 걸쳐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숲 속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된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홀로 실험한 2년 2개월 2일의 기록이 바로 1854년에 출간된 '월든, 숲 속의 생활'이란 제목의 책인 것이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가장 아끼고 가까이했던 책이 바로 소로의 '월든'이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이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두 사람의 무소유 사상은 그 출발점은 달랐지만 같은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법정 스님은 소로의 '월든'을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읽었다고 한다.
처음 읽은 '월든'은 도서출판 이레에서 나온 판본으로 국내 최초의 번역본으로 오랫동안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판본으로 널리 읽혀 왔고, 최근에 50만 부 판매 기념 리커버 버전이 출판사를 바꿔 나올 정도로 지금도 많이 찾는 번역본이지만 오래된 만큼 번역에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후에 '월든'을 깊이 읽을 심산으로 현대문학사에서 출간한 '주석 달린 월든'을 구입했었지만 판형이 커서 자주 찾아 읽기에는 불편함이 컸다.
그러던 차에 최근 더스토리에서 1854년 초판의 표지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월든'을 출간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책의 디자인이 소장 각이지만번역도 나쁘지 않다.
책에서 소로는 독자에게 말한다. "간소하라, 진실하라, 자연을 벗하라!"라고.
그리고 부언하여 "무엇을 소유할 때 그 비용은 바로 당신의 삶이다. 그러니 결정하라. 삶을 줄일 것인가, 소유를 줄일 것인가?"라고 독자에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소로의 무소유를 제대로 실천하며 살기는 힘들 것 같다. 이미 가진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의 부피를 줄이면서 삶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와 단절된 채 자급자족하는 생활이라는 것이 현실에서는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망상이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170여 년 전에 나온 낡은, 그리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이 책을 오랫동안 외면하지 못하는 것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복잡하고 방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