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신간은 아니지만 이맘때면 책장에서 꺼내 간혹 읽어 보는 책이다.
이맘때 이 책을 읽는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책중에는 어떤 시기나 계절에 잘 어울리는 것이 있다. 이 책이 헤르만 헤세가 스위스의 보덴 호숫가에서 정원을 가꾸며 겪은 경험과 생각을 기록한 것이므로 스위스의 봄이 5월에 비로소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은 이맘때로부터 길지 않은 여름 한 철일 것이다. 따라서 이맘때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차라리 당연한 것일 수 있지 싶다. 게다가 글의 분량도 많지 않아 일독(一讀)에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글의 중간중간에 헤세가 펜과 물감으로 직접 그린 수채화를 삽화로 수록, 책의 이해와 흥미를 더하고 있어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헤르만 헤세의 삽화용 수채화를 모은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도 수차례 기획되어 직접 감상할 수 있었고, 오래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된 전시회에서 원화를 뜻깊게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나에게 감명 깊은 세 권의 책을 꼽으라면, 그 안에 이 책이 있다."라고 언급할 만큼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는 헤세가 노동에서 찾아낸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자족의 마음이 정신적 기조(基調)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친화적인 사상은미국의 초월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 Thoreau)가 쓴 '월든(Walden)'에서 표방하는 삶과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다만 헤르만 헤세의 자연에 대한 경도(傾到)는 양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직접 경험한 결과, 전쟁으로 인한 폭력과 비인간화에 대한 저항의 뜻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헤세가 소설에서 그리는 고뇌하는 사유의 세계와도 같은 정신적 지점(指點)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전쟁의 참화를 경험한 헤세가 인간성을 상실하고 피폐해진 세상을 자연을 통해 치유하고자 했고, 이의 실천이 곧 정원을 가꾸는 행동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13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이 지금까지 10쇄를 찍으며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은 헤세라는 작가를 이해할 좋은 방향타의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