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쓰는 자서전

- 음악으로 듣는 生의 풍경, 회상

by 밤과 꿈

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현악사중주곡 제1번 e단조, 나의 생애에서(From My Life)



우리 소설 '하얀 전쟁'의 작가 안정효 선생께서 쓴 '자서전을 씁시다'라는 서적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책의 부제가 '글쓰기로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법'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서 기록하고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비단 자서전이 아니라도 모든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특히 소설이나 시, 에세이와 같이 문학적인 영역의 글쓰기는 글 쓰는 사람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는 , 즉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작업이라 하겠다.

또한 역사도 마찬가지, 하나의 민족 혹은 인류가 살아온 궤적이 문자로 기록될 때 역사는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문자로 기록된 역사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그 공동체의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어 공동체의 구성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어떻게 문명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에 자신을 엮을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 체계를 고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사피엔스, 김영사)

이 말에 수긍한다면 우리가 태고의 시절에서부터 신화를 창조하고 문자로 역사를 기록해왔듯이 우리의 DNA 속에는 기록과 스토리텔링의 본능이 이식되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오늘도 본능의 요구에 따라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을 하얗게 밝히고 자신 만의 이야기를 창조하며 옛 신화 속의 신과 같은 존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메타나의 슬픈 자화상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곡 제1번 '나의 생애에서'를 들으면 한 편의 잘 쓰인 자서전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곡은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청력에 문제를 겪고 있었던 스메타나가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직후에 작곡한 곡으로 1악장은 어린 시절의 회상, 2악장은 청춘의 환희를, 3악장은 사랑에 대한 회상을, 그리고 4악장에서는 성공에 대한 기쁨과 질병의 예감과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스메타나는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1855년 이전에 세 딸을 잃었던 데다가 1859년에는 그의 첫 아내마저 병으로 세상으로부터 떠나보낸 불운을 겪었다. 게다가 본인도 청력을 잃었으니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는 내용의 이 곡을 작곡할 때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곡을 작곡한 지 오래지 않아 정신 착란의 증세까지 생겨 결국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치게 되었으니 불행도 이런 불행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곡에는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짙게 배어있는 느낌이 든다. 네 개의 현악기가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담담하게 술회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스메타나의 슬픈 자화상을 보게 된다.


악곡의 구성과 추천 음반

제1악장(Allegro vivo appassionato): 어린 시절의 회상


제2악장(Allegro moderato a la polka): 청춘의 환희


제3악장(Largo, Sostenuto): 사랑에 대한 회상


제4악장(Vivace): 성공에 대한 기쁨과 질병의 예감과 슬픔


그리고 곡의 추천 음반으로는

1. 스메타나 현악사중주단 (Supraphon, DENON)

2. 야나체크 현악사중주단 (Supraphon, DG)

3. 탈리히 현악사중주단 (Caliope)

와 같이 체코의 현악사중주단의 연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