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을 바라보는 동경

- 음악으로 듣는 生의 풍경, 동경

by 밤과 꿈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현악오중주곡 C장조



동경, 아름다운 말이다. 우리에게 그리워하고 가까이 가고자 하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킨다.

따라서 동경은 곧 운동이다. 동경의 대상을 향한 내면의 움직임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동경은 곧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불가능한 영원을 꿈꾼다. 그리고 영원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동경은 이상과 맞닿아 있다. 동경의 대상은 이상이다. 이상을 꿈꾸며 이상을 향해가는 동력이 바로 동경이다.

이상과 동경은 낭만주의의 본질이다. 모든 낭만주의 문학과 예술이 이상과 동경이라는 두 빛나는 천체 사이를 운행한다.

그리고 이상은 도달할 수 없는 영원에 속해 있다. 동경은 불가능한 영원을 꿈꾸며 천형과도 같은 방랑을 멈출 수 없다.

이제 이상과 동경에 방랑이라는 낭만주의의 본질 하나가 더해졌다.

이렇게 낭만주의란 도달할 수 없는 지고의 이상을 마음에 품고 동경하며 방랑을 마다하지 않는 삶의 태도 혹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문예 사조를 말한다.

타고난 낭만주의자,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이러한 낭만주의의 정신에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살았던 예술가였다.

음악학자 마르셸 슈나이더는 "베토벤의 음악에서 발견되는 숭고의 근원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음악에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어떤 투쟁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의 방황, 가슴의 쉴 사이 없는 고동에 다름 아니며, 거기에는 자신의 고향을 찾는 영원한 방랑자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라고 슈베르트의 음악을 정의했다.(슈베르트, 삼호 출판사)

이와 같이 기질적으로도 낭만주의자였던 슈베르트의 삶은 기복이 있거나 극단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평탄했던 것도 아니다.

슈베르트에게 있어서 부와 명예는 중요하지 않았으며, 오직 선함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인생의 보람이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의 성취를 위해 삶의 다른 것을 희생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슈베르트의 삶은 현실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언제나 방랑자로서 떠도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으며, 음악가이면서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도 없이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더하여 회복이 불가능한 질병의 압박마저 받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항상 감지하게 되는 것은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가지는 피안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다. 그리고 슈베르트의 동경은 베토벤의 의지와 같이 극복하고 도달해야 하는 정점이 아니라 피안(슈베르트에게 있어서 이상은 곧 피안에 해당한다)을 향하는 과정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악곡의 구성과 추천 음반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났던 1828년, 그 해에 교향곡 9번, 피아노 소나타 21번과 함께 작곡되었던 C장조의 현악오중주곡은 슈베르트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심오한 내용의 곡이라 할 수 있다.

현악사중주에 첼로 하나가 추가된 악기 구성의 이 곡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가 그러하듯이 삶의 회한과 못다 핀 음악에의 열정이 눈물이 되어 맺혀있는 듯한 곡이다.

베토벤이 최후에 작곡한 6곡의 현악사중주곡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형식에 새로움을 준 것은 없지만, 슈베르트는 이 오중주곡에서 음악을 내면화시켰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adagio)의 애잔한 선율의 아름다움은 슈베르트가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이미 피안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1악장(Allegro ma non troppo): 슈베르트 기악곡의 특성인 20분간 지속되는 장엄한 악장.


2악장(Adagio): 슈베르트에게 있어 '천국의 문'으로 알려진 평온한 조성인 E장조가 주 조성이지만 중간부에 F장조가 등장, 평온을 깨는 긴장을 불러오다가 다시 E장조로 복귀한다.


3악장(Scherzo, Presto): 활기 차고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악장으로 종결부를 준비한다.


4악장(Allegretto): 전곡의 완결로서 C장조의 곡이지만 단조의 느낌이 많이 난다.


곡의 추천 음반으로는

1. 파블로 카잘스 외 (CBS-SONY Classical)

2. 린제이 현악사중주단, 월리엄 플리스(Cel.) (ASV)

3.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Cel.), 멜로스 현악사중주단 (DG)

4.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Cel.), 에머슨 현악사중주단 (DG)

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