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에 나는

by 밤과 꿈


햇살 좋은 날에 나는 눈이 부시다

햇살이 보내는 밝고 부드러운 인사에

사람들이 보석처럼 눈부시다

눈부신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불어 환하다


햇살 좋은 날에 나는 커피를 마신다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그들의 활기찬 하루를 응원한다

목으로 넘어가는 커피가 부드럽다


햇살 좋은 날이면 나는 간혹 부끄럽다

햇살이 내 눈을 자극하는 만큼

마음에 서늘한 그늘이 있어

부끄럽다, 내가

지나간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옹졸하고 비겁하고 무지했던

기억들이 있어

내가 무지무지 부끄럽다


긴 꼬리를 끌며 떠나가는 혜성처럼

시간은 기억 속에 이다지도

긴 부끄러움의 목록을 남기는지

젠장, 하고 대상 없이 욕을 해댄다


누구나 부끄러운 기억이야 있겠지만

살아온 시간만큼 부끄러움도 늘어

나이를 들어갈수록 나는

햇살 좋은 날에 자주 부끄럽다


나이가 든 만큼 부끄러움이 무거워도

햇살 좋은 날에 어깨를 펴고 욕을 한다

날이 저물면 하루가 지나가고

한낮에 유치했던 치기도 잊힐 터

쉼 없이 돌아가는 지구가 너무 고맙다

다시, 나는 햇살 좋은 날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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