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날마다 천체물리’를 읽고
우주와 천문학을 다룬 교양서적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책을 하나 선택하라면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코스모스(Cosmos)’를 꼽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여기서 ‘성공적인’이란 표현을 쓴 것은 ‘코스모스’가 같은 분야의 서적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은 책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 책이 일반인을 독자로 하는 교양서적이기는 하지만 우주라는 광대한 영역과 이를 탐구하는 인류의 노력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기에 독자의 관심을 끌만큼 충분한 매력적인 요소를 ‘코스모스’라는 책은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어쩌면 이것은 소수의 사람을 위한 전문 서적이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교양서적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하고도 구현이 쉽지 않은 미덕이지 싶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베이스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교양서적이 오로지 사실의 전달에만 충실하다면 그 책은 무미건조해서 지극히 재미가 없는 책이 되고 말 것이다. 모름지기 좋은 책이라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서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까닭은 위의 두 가지 사실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내용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모스’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장의 힘보다는 우주라는 주제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에 잘 쓰인 문장이 더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인문학적 소양을 곁들인 우주 관련 서적이 있어 소개한다. 그 책은 미국의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 쓴 ‘날마다 천체물리(Astrophysics For People In A Hurry)’라는 책이다.
2017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6개월 만에 110만 부가 판매되었고, 이후 33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밀리언셀러이다. 이 책은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우주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주라는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룬 재미있는 책이지만, 현대 물리학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조차 없다면 결코 이해가 쉽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것은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저술할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 즉 우주에 대한 보다 진보적인 이론을 이 책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평소에 우주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탐독해온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담고 있는 흥미로운 주제를 십분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기에 어느 정도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완벽하게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백 퍼센트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책의 내용 중에는 내가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에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던 이론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예를 한 가지 소개하자면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구성하는 이론으로 크게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의 두 가지 이론을 들 수 있다. 상대성 이론이 우주라는 거시 물리학의 영역이라면 양자 역학은 미시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이론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중력이 작동하는 고전 역학의 영역이라면 양자 역학이 적용되는 미시 세계에서는 중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물질세계에서의 물리 법칙의 보편성은 미시에서 거시에 이르는 모든 세계상에서 적용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자연을 통제하는 네 가지의 힘, 즉 ‘중력’과 ‘강한 핵력’, 그리고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이 보편적으로 모든 물질계에 작동하는 이론을 완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1905년에 ‘특수 상대성 이론’을, 그리고 1915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1955년에 사망할 때까지 자연의 네 가지 힘을 통일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초끈 이론’, ‘양자 중력’ 등 현대 물리학의 첨단 이론이 모두 이 네 가지 힘의 통일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의 규명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온전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물리학자들은 초기 우주의 ‘플랑크 시기(Planck Era)’에 주목하고 있다.
‘플랑크 시기’란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한 시점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짧은 시기로 “플랑크 시기에는 중력이 지배하는 거시 세계 역시, 현재의 미시 세계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았으므로, 그 세계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통합한 어떤 이론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세계였을 것이다.”
이 시기에는 자연의 네 가지 힘이 아직 분리되지 않았던 상태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많은 비밀을 밝혀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우주에 대한 12가지 이야기가 모두 아름답다. 12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 같다. 우주라는 거시세계나 양자 역학이 작동하는 미시세계나 모두 우리의 인식이나 감각이 감지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그런 면에서 이를 다루는 현대 물리학은 상상력이 중요한 영역이다. 이런 면모가 시를 닮았다.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과학 선생님께서 지금은 기억에 없는 물상(그때는 물리와 화학을 통털어 그렇게 불렀다) 문제를 제시했었다. 아무도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못하고 있을 때 “0”이라고 소리쳤었다. 사실 뭘 알고 답했다기보다는 그냥 그것이 답일 것 같았다. 어느날 그 선생님께서 나에게 훗날 물리학을 해보라고 하셨다. 또한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 한 분께서 수업 중에 말씀하셨다.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라고. 그래서 “저는 수학에 흥미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는데요?”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그 선생님께서는 “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오래 남아있다. 그분들의 바람처럼 나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시절이 하도 수상해서 물리학보다는 사회과학과 역사에 깊이 빠져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 선생님들은 나에게 속았고, 나 또한 두 선생님에게 속았던 것 같다.
아인슈타인도 성장기에 수학을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상대성 이론’을 완성할 때에도 다른 수학자의 도움을 받았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인슈타인도 ‘상대성 이론’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에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성 이론’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아니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현대 물리학은 상상력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상력의 영역에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가 시에 감동을 느끼는 것 또한 우리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감각을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깨우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우리를 우주를 소재로 한 시심이 넘치는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는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이 초대에 응하고, 우주라는 성찬을 즐겨도 좋으리라. 마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번역했던 홍승수 교수가 이 책을 번역해 믿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