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n went looking for America and couldn't find it anywhere... (미국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영화 '이지 라이더(easy rider)'의 포스터에 적혀 있는 글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서 이 영화는 마약과 섹스가 등장하고 록 음악이 흐르는, 흔하고 다소 어수선한 B급 영화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선보였던 1968년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의 대학가와 진보적 지식인 사회, 예술가 집단을 휩쓸고 지나갔던 '반문화 운동(counterculture movement)의 이념과 결말을 잘 보여주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60년대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미국 사회의 풍요로움에 반하여 소비 사회의 피로감과 풍요 속에서도 여전한 빈곤의 존재에 따라 주류문화를 거부하는 반문화운동의 여건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특히 반문화운동은 1950년대부터 지속되어온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반전운동에서 영역을 확대, 마약과 섹스, 록 음악으로 대변되는 양성 평등과 정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피터 폰다 扮)와 빌리(데니스 호퍼 扮)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마디그라 축제를 구경할 경비 마련을 위해 코카인 판매를 중계, 모터 사이클을 타고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다.
마리화나를 피우며 히피들과 합류해보기도 했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그들은 뉴올리언스를 향한 여정을 계속한다.
여행 중에 만난 알코올 중독자인 변호사 조지 핸슨(잭 니콜슨 扮)과 함께 뉴올리언스로 향하지만 그들의 유별난 행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미국 남부의 백인 노동자들에 의해 조지는 살해된다.
그 후에도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사람들로부터 노골적인 경계와 반감을 경험했던 캡틴 아메리카와 빌리는 급기야 고속도로 위에서 트럭을 탄 두 명의 남부 노동자에 의해 엽총으로 사살된다. 마치 도로 위에서 짐승들이 로드 킬 당하듯이 나가떨어지는 두 사람에 대하여 남부 노동자에게는 그들을 죽여야 할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요란한 행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영화 평론가 폴린 케일은 영화 '이지 라이더'에 대하여 "이 영화의 감상적인 편집증은 분명히 젊은 관객의 비전에 참된 것처럼 보였다. 1960년대 말에 이 영화는 우리는 이길 수 없다는, 세상만사는 부정하고 가망이 없다는 느낌을 주는 쿨한 영화였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자유를 향한 여정이 실패할 것이라는 암시는 영화의 요소요소에 영화적 장치로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여정이 서부에서 동부를 향하는 것이었다는 점, 그것이 미국의 가치 일부가 형성되었던 서부 개척의 방향과 반대된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갑자기 50년도 더 된 영화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것은 대선을 전후한 미국의 상황 때문이다.
21세기에 인종적 편견을 가진 사람을 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켰고,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지지를 보내어 대선 결과 불복이라는 혼란을 가능케 한 미국민에게 그들의 가치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의 다양성은 그만큼 미국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흡수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형성한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적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에서 지속적인 인종적 편견과 차별이 상존해왔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미국이란 나라의 어두운 일면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남부의 보수적이고도 배타적인 기질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특히 백인 하층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은 큰 모양이다. 미국 경제 사정의 위축이 큰 이유겠지만 그것이 타 인종에 대한 배타성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자신들이 지금의 미국을 일군 주인이라는 백인우월주의가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예로 팔려와 남부에서 노동력을 제공한 흑인들이 없었다면 또한 지금의 미국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백인 하층민의 의식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에게는 미국의 보편적인 가치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를 지지하고 대통령의 직무를 맡길 수 있었다는 것에서 미국의 어두운 일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도 미국의 어두운 일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수록 미국의 보편적인 민주주의적 가치 또한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생각에 영화 '이지 라이더'의 포스터에 있는 문장을 다시 생각한다.이 영화가 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가치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어서이다.
"A man went looking for America and couldn't find it an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