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6번 F장조, 전원(Pastoral)
종교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경험하는 사물에 대한 경이로운 만남과 마음을 울리는 감흥의 순간이 모두 감사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종교적인 감사나 인간관계에서의 감사도 자연과 같은 사물에서 경험하는 놀라움과 감동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일 종교적인 절대자를 향한 감사나 사람 사이에서의 감사한 마음이 언제나 새로움과 진정성에 맞닿은 만남이 되지 못한다면 그 만남은 피상적인 만남에 머무르고 그 감사는 의례적인 수준의 인사치레 같은 것이 될 것이다.
또한 감사의 마음에는 축하받을 일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어려움이나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진심으로 전해오는 위로에 대한 감사도 있을 것이다. 졸지에 상을 당했을 때 문상하는 지인의 뜻하지 않은 슬픔의 표출에 우리는 얼마나 위로를 받으며 그 지인의 진심 어린 위로를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인가. 기독교 신자라면 감사의 조건에 대하여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강할 때보다는 약할 때, 우리가 기쁠 때보다는 슬플 때, 그래서 기도를 통해 위로를 받을 때 감사가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별로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종교적인 신심을 지닌 사람이 아니지만 베토벤은 삶의 악조건 속에서도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안과 자연에 대한 감사를 음악으로 전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이 새로움으로 다가와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고 우리의 마음이 위안을 받는다면 그 마음이 곧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과의 교감으로 탄생한 음악
베토벤의 나이 38세 때, 음악가에게는 치명적인 귓병으로 청각을 잃고, 사람들과의 교유도 끊은 채 자연 만을 벗하며 살아가던 시절에 '전원 교향곡'은 작곡되었다.
고전주의 시대 교향곡의 일반적인 4악장 구성을 벗어나 5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교향곡은 1악장에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리고 2악장에는 "시냇가에서", 3악장에는 "농부들과의 즐거운 만남", 4악장에는 "폭풍우", 그리고 마지막 5악장에는 "목동의 노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기쁨과 감사"라는 부제가 표기되어 표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교향곡의 각 악장에는 묘사 음악적인 악상이 정교하게 구사되어 있어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 앞서 표제음악의 모범을 보여준 음악이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에 베토벤 스스로 이 교향곡에 대하여 "전원의 묘사가 아닌 감정의 표현"이라고 언급, 이 교향곡에 대한 과도한 표제음악으로의 인식을 경계하기도 했다.
고난이 감사로 승화되다
1802년 베토벤은 교향곡 2번을 작곡할 당시에 자신의 청각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이른바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라고 알려진 글을 남겼다. 편지 형식의 이 글에는 병으로 인한 좌절감과 음악에 대한 열정, 가족에 대한 사랑의 마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초연한 심경을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베토벤이 '전원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는 이로부터 6년이 지난 뒤로 베토벤의 청력은 거의 상실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향곡에서 자연과 이를 대하는 심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베토벤의 능력은 재능을 넘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프랑스의 작곡가 댕디는 "자연은 베토벤의 슬픔을 위로하고 친교를 나눈 유일한 벗이기도 했다. 자연과의 교감은 그의 청력과는 상관없이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베토벤은 자연과의 교감에서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난을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의 조건으로 삼지 않았을까. 진정으로 감사는 고난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