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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May 23. 2024

내 눈에 날파리


 그 겨울,

 무지무지 눈이 내리고 얼어붙었던

 모처럼 겨울다웠던 겨울에

 눈 그친 뒤 햇살에 눈이 녹은 자리

 낙숫물이 다시 얼어 투명한

 그 자리에서 두 번 넘어진 이 후로

 내 눈에 날파리가 날아왔다


 잇몸과 맞닿은 틀니에게나 느낄

 이물감까지 견딜 만해지면

 맨날 미세먼지에 시달린 두 눈에

 날파리의 춤은 시야를 가리기는커녕

 아름답거나 멋진 정도는 아니지만

 봐줄 만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진짜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내 눈에 날아온 날파리가 아니라

 매일 뉴스에서 만나는 무수한

 똥파리가 앵앵거리는 소리다

 그처럼 꼴불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내 눈에 날파리는 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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