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선호프에 간다

by 밤과 꿈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다


미래를 담보한 하루가 지치고

내일을 살아갈 의욕이 절실할 때

삼삼오오 얼굴을 마주한

그만그만한 인생들이

값싼 알코올을 입술에 적시며

열정을 가장한 자학의 말들을

면발 뽑듯 게워내던 시절이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렇게 지난 시간의 활력이 그리울 때

나는 만선호프에 간다


우뚝 솟은 빌딩 사이에 스며든

좁은 골목길로 꾸역꾸역 모여드는

그만그만한 인생들과 섞여

기한이 다한 열정의 말들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듯 짜내고


왁자한 분위기에 취해

꿈을 좇는 은하철도 999호처럼

긴 골목길에 탑승한 채

시간을 거슬러 지난 꿈을 더듬으며


잠시 잊혀진 젊음을 느끼기 위해

나는 만선호프에 간다






# 만선호프: 서울 을지로에 있는, 골목길에 즐비한 호프집을 모두 사들이고 골목길까지 점유한 기업형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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