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화는 장 뤽 고다르가 1959년에 만든 '네 멋대로 해라'의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한 말이다.(로저 에버트, '위대한 영화', 을유문화사)
물론 이 영화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시작을 알린 최초의 작품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보다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영화를 선호한다. 그것은 감독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 취향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분명 고다르 감독의 영화, 특히 '네 멋대로 해라'는 기성 아카데미즘 영화와의 결별을 선언한 누벨바그 영화 중에서도 과감하고 거친 영상으로 해서 획기적으로 기성 영화와의 차별성을 구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다르 감독이 착안하고 이 영화에서 적용한 점프 컷(jump cut) 영화 편집 기법이 당시로서는 영화를 보는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점프 컷에 의한 장면의 연결이 급작스러워 영화의 맥락 파악을 어렵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흐름과는 무관한 듯한 내러티브의 사용까지 더해 영화의 주제와는 상관없는 장면과 대화가 불쑥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등 영화의 방향과 주제를 상실했다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네 멋대로 해라'가 처음 상영되었을 때 이 영화에 대하여 "영화의 ABC도 모르는 철부지 평론가가 저지른 장난"이라는 조소를 받기도 했고, 오죽하면 '네 멋대로 해라'는 감독이 자기 멋대로 만든 영화라는말이 있었을까. 그러나 이 말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넘길 것은 아닌 것이 고다르 감독의 "규칙이 없는 것이 좋은 규칙이다."라는 발언을 음미해 볼 일이다.
갱스터 영화의 명배우 험프리 보가트의 터프함을 좋아하는 좀도둑 미셸 푸가드(장 폴 벨몽도扮)는 자동차를 훔쳐 달리다 자수를 권유하는 경관을 훔친 차에 있던 총으로 쏴 죽이고 쫓기는 몸이 된다.
알고 지내던 여자 모델의 지갑에서 돈까지 훔친 미셸은 파리 시내에서 우연히 니스에서 알게 되었던 미국 유학생 패트리샤(진 세버그 扮)를 만나게 되고,두 사람은 패트리샤의 작은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미셸은 그녀에게 함께 도망갈 것을 제의한다. 살인범으로 수배되어 쫓기면서도 절도 행각을 멈추지 않는 미셸이지만 패트리샤에게는 친절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셸에게 패트리샤 또한 호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같이 지내면서 임신을 하게 된 패트리샤는 자신이 미셸을 정말 사랑하는지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미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한 행동인지,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한 행동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미셸을 경찰에 신고하고 미셸은 피신을 마다하다 거리에서 경찰의 총에 의해 쓰러진다.
쓰러진 미셸을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패트리샤를 발견한 미셸은 죽어가면서 표정 없이 "정말 역겨워."라고 중얼거리고 패트리샤는 옆에 있는 경찰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본다. 이에 경찰은 "당신더러 역겹다는군."이라고 말하지만 패트리샤는 무표정하게 미셸을 바라보고 영화는 패트리샤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끝난다. 어쩌면 미셸의 마지막 말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가 누벨바그를 세계에 알린 최초의 영화라면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는 누벨바그 영화를 이전의 영화와 확실하게 구분하는 현대 영화의 출발을 알린 영화였다.
따라서 이 영화가 영화사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에 못지않게 큰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한 시대를 열었다는 영화사적 가치보다 이 영화를 지금까지도 찾아보게 되는 것은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 때문이다. 험프리 보가트를 흉내 내어 중절모를 쓴 좀도둑 미셸과 소르본 대학 입학 전까지 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있는 패트리샤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심지어 냉소적인 면까지 지닌 모습이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곧 맞이할 1960년대 자체가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시대였다), 이 영화가 '보니와 클라이드(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같은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면서 여태 영화의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