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빈 필 신년음악회 유감(遺憾)

by 밤과 꿈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있는 무지크페라인 잘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관하는 신년음악회가 무대에 오른다. 예전에는 TV 화면을 통해 녹화 중계되는 이 음악회는 하나의 꿈이었다. 암스테르담의 콘체르트 허바우, 드레스덴의 잼퍼 오퍼와 함께 음향이 좋기로 보아 세계 3대 음악회장으로 평가받는 무지크페라인의 대 연주회장(그로스 잘)이 전하는 음악의 부드러운 잔향과 함께 고풍스러운 황금색 홀의 모습에 선망의 눈길을 거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코로나 시대 이전까지는) 흔한 일이 되어 음악을 테마로 한 패키지여행이라면 무지크페라인 잘을 방문할 수도 있고, 자유 여행을 즐기는 사람으로 운이 좋으면 남은 연주회 티켓을 구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세계 정상급 연주를 들을 기회를 만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빈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 연주회를 보기 위한 티켓 구매자가 미리 줄을 서 있어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빈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는 1941년(일설에는 1939년) 오스트리아 태생의 명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에 의해 시작되어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6~1947년에 요셉 크립스가 지휘를 맡은 것을 제외하고 1954년까지 크라우스가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감당했다.

1954년 크라우스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악장)인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1955년부터 1979년까지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줄곧 맡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음반으로 들을 수 있는,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지휘하는 빈 왈츠의 우아함은 무비의 경지였지만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서 빈 필하모니 신년음악회가 정착하게 된 것에는 빌리 보스코프스키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포디움에 선 채 우아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신년음악회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1979년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은퇴한 이후에는 세계 정상급의 지휘자들이 번갈아가며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맡고 있다. 아무래도 클레멘스 크라우스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지휘한 연주에 비해 빈 스타일의 향기가 덜하지만 신년음악회의 인기는 여전해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이 위성으로 공연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실황을 담은 DVD와 음반의 판매로 인한 수익이 상당하다.

금년의 빈 필하모니 신년음악회의 지휘는 2018년에 이어 6번 째로 신년음악회를 지휘하게 되는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맡게 되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객석에 청중이 한 사람도 없는 무관중 공연으로 신년음악회가 치러졌다. 사실 무관중 공연이나 온라인 공연은 지난 한 해 동안 무대 공연의 대체 방식으로 많이 익숙해져 있었던 터인지라 생소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청중이 없는, 그래서 신년을 맞이하는 설렘이 반감되는 금년의 신년음악회를 지켜보는 아쉬움이 크다.

해마다 연말과 연초에 빈에서는 두 가지의 음악 이벤트가 청중을 기다린다. 그 하나는 일 년의 마지막 날 저녁에 빈 국립가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지는 요한 시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공연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새해의 첫날에 공연되는 빈 필하모니 신년음악회인 것이다.

이 두 공연을 통해 빈 사람들은 웃음으로 한 해 동안의 애환을 털어버리고, 우아한 왈츠 선율과 함께 새해의 희망을 마음 가득히 담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빈 국립가극장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이번에는 오페레타 '박쥐'가 무대에 올려지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했던 지난해의 애환을 웃음으로 지울 기회가 사라졌던 것이다. 코믹한 오페레타를 보면서 마음껏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금년의 신년음악회에서는 우아한 왈츠 선율로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의 열기도, 장차 올 봄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찬 청중의 표정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던 신년음악회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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