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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희 Jan 26. 2016

흔적에 관한 이야기

비치볼과 숨결, 그리고 티셔츠의 삼각관계

911테러를 다룬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온다.
남편이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내가 바람을 불어넣었던 비치볼을 안고 우는 장면.

그건 차마 정리할 수가 없었어요. 아내의 숨이 담긴 마지막 물건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울었다.

네가 자주 입던 티셔츠가 그랬다.
네가 언젠가 나를 떠난다면 나는 너의 체취가 남아있는 티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 할 것이다.
그리고 울 것이다.

비치볼의 바람과 티셔츠의 체취는 기억이 바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사라지고 말테니까, 이제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보내주어야 한다.
언제까지고 남은 흔적을 손에 쥐고 놓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세상에는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는 것들이 있다.

너의 부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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