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희 Feb 04. 2016

핑계

미안해 다 지어낸 미움이야

미안해. 너를 잊으려면 미워해야 해서 그래. 화를 내고 미워해야 겨우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그래서 미워하려고 이유를 쥐어 짜내봤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화를 냈어. 혼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나만 힘든 것 같다고, 약속한 거 하나도 안 지킨 거짓말쟁이라고. 뭐 그런 이유를 늘어놓고 화를 냈어.


미워하려고 그랬어. 잊으려고. 그런데 자꾸 웃는 니가 생각나서 그게 참 어렵다. 미안해.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아는데. 너를 잊으려면 미워해야 해서 그래.


그래서 그래. 미운건 아닌데. 그래야 해서 그래.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연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