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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희 Feb 22. 2016

빗에 독을 칠했어

달콤한 독살

빗에 독을 칠했어
네가 머리를 쓸어주던 사람들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다 사라져 버렸으면 싶었어
다 죽어 없어졌으면
그래서 빗에 독을 칠했어

어제는 네가 날 거울 앞에 앉혔어
상냥한 얼굴로 나를 보고 웃었어
빗을 들고 내 머리를 매만졌어
가만가만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어

아, 이토록 황홀한 자살이라니
이토록 달콤한 죽음이라니

어제는 까만 잠에 들었어
네가 가만가만 머리를 쓸어주었어
머리맡에는 독 묻은 빗이 놓였어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어제는 자꾸 눈이 감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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