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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희 Feb 13. 2016

하루 일과

오전 다섯시.
어젯밤에 이가 빠졌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수수 빠진 이가 침대에 가득했어

오전 열시.
우울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하고 빨래를 널다가
축축히 젖은 몸을 빨래줄에 걸었어
축 늘어져서 비를 맞았어
고양이가 등을 밟고 지나갔어
발자국이 찍힌 채로 늘어졌어

오후 여섯시
누가 날 좀 거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지 반세기가 넘었어
모든 빨래는 색이 바랬어
나는 언제 마를까
축축한 얼굴로 휘파람을 불었어

얘 네가 날 좀 거둬가
나 이제 축축하지 않아
나 이제 슬프지 않아

방긋 웃으며 거짓말을 해
등 뒤로 치맛자락을 짜면 주위에 강이 흐르는데도
미안해 나 외로워서 거짓말을 했어
어째 나는 반세기 전보다 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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