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다섯시.
어젯밤에 이가 빠졌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수수 빠진 이가 침대에 가득했어
오전 열시.
우울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하고 빨래를 널다가
축축히 젖은 몸을 빨래줄에 걸었어
축 늘어져서 비를 맞았어
고양이가 등을 밟고 지나갔어
발자국이 찍힌 채로 늘어졌어
오후 여섯시
누가 날 좀 거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지 반세기가 넘었어
모든 빨래는 색이 바랬어
나는 언제 마를까
축축한 얼굴로 휘파람을 불었어
얘 네가 날 좀 거둬가
나 이제 축축하지 않아
나 이제 슬프지 않아
방긋 웃으며 거짓말을 해
등 뒤로 치맛자락을 짜면 주위에 강이 흐르는데도
미안해 나 외로워서 거짓말을 했어
어째 나는 반세기 전보다 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