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리 Jan 26. 2024

미니멀라이프 마지막과제,  집착버리기

일상에서 집착을 하나씩 떼어내니 그토록 원하던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10년째 자칭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있다.


나의 미니멀라이프 여정은 14년도부터 시작이 되었다.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무시무시한 자연재해로 인해 한순간에 삶의 터전과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소유" 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면서 널리 퍼지게 된 "미니멀 라이프" 라는 생활방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없어져 버릴 수 있는 소유물에 대한 관심을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 돌리자는, 마치 캠패인과도 같은 모습으로 널리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일본어로 먹고 살던 나에게 일본서적은 늘 가까이에 있었고,

그렇게 남들보다는 조금 빠르게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게 되었다.

관련 책들을 읽어 나가면서 엄청난 자극을 받았고, 육아와 경력단절위기등 대한민국에서 사는 워킹맘의 평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던 나에게 복잡한 일상이 단순할 수 있다는 그 매력적인 글귀들은 나를 잡아두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수많은 서적들과 방송들, 그리고 SNS 를 찾아보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따라했고, 그러기 위해 애썼다.

많은 물건들을 버리거나 나누거나 기부했고, 많은 것들을 작은 것으로 축소시켰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을 버리고자 애썼고, 많은 관계들을 선택과 집중으로 소중히 여기려 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은 소소하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내 삶을 지탱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인생에서 아주 힘든 시기를 잘 버텨오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미성년 아이 둘과, 이제는 연세가 많이 드셔서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부모님을 돌보며 여전히 감사히도 지키고 있는 '워킹맘' 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무게는 30대 초보자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그렇게 만들어 준 1등공신은 당연, 미니멀 라이프라는 생활방식, 생각방식이라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무언가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남아 있는 듯, 뭔가 깨끗하게 치웠지만 얼룩이 남아 있는 듯, 찝찝한 구석이 늘 존재했다.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며 만성질환을 부르고 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청소를 귀찮아하며 미루고 있었으며, 집안일을 하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이 닥친 부모님 부양문제를 두고 복잡한 생각실타래를 잡고 씨름하고 있었다.

결코 미니멀하지 못한 생활의 부분부분들을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미니멀리스트" 행세를 하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찝찝한 구석들을 정리하기 위해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깊은 생각에 빠져 보기도 했지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발견하지 못하던 내게 해답같은 생각이 든 것은 정말 예고없던 어느 날이었다.

정기건강검진을 받고 결과로 날아온 "대사증후군질환 경고" 라는 문구.

복부비만과 높은 혈압으로 인해 만성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무서운 문구를 받고,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걷자" 라는 마음을 먹고 걷기 시작한 그 몇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퇴근 후 잘 닦여진 길과 가로수들이 만들어주는 그늘밑을 감사히 걷고 있는데,

문득 나는 왜 늘 "~~해야해" 라는 규칙에 갖혀 사는 것 같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의 시작은 작년부터 재미들어서 했던 5km 달리기를 겨울을 지나오며 그만두어 버린 사실이었다.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나는 작년 봄 어느날, 운동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걷기를 시작했었고, 그것이 이어져 달리기 등산 등 생활속 운동을 재미나게 하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달리기 대회까지 나가서 메달을 가져오는 행복을 누렸었다. 나도 운동을 좋아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었지만.... 겨울이 지나며 더 불어난 체중과 달리기에 대한 부담으로 다시 시작하기를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계절을 계속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날 나는 "왜 달리기 대회라고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운동을 정말 싫어하고 못했던 지라 작년 달리기의 시작도 "걷뛰" 였다.

걷뛰란 말그대로 걷다가 뛰다가 이다. 5월에 시작한 처음부터 달리기로 5km 를 뛰는 건 내게 너무 큰 과제여서 뛰다가 힘들면 걷고 페이스 조절하고를 반복하여 마지막 11월 달리기에서는 달리기만으로 5km 를 채우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의 목표는 늘 5km 를 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몇 개월의 쉼 뒤에 다시 달리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미루고만 있었던 것이다.




"달리기대회는 달려야만 한다는 집착을 버리자"

"달리기대회는 오프라인만이 의미있다는 집착을 버리자"

이 두가지의 집착을 버리고난 후,

나는 5kg 이나 불어난 몸으로도 3개의 온텍트 (온라인) 달리기 대회를 치루었다.


문런, 애니멀런 (얼룩말런), 해바라기런

그리고 무더워진 지금도 날씨에 지지 않고, 걷뛰를 하러 나가고 있다.

너무 무더운 날은 걷기만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집착" 을 버리고 운동이 일상이 되려하는 경험을 하고 나니, 무언가 남아있던 먼지들이 사라지려는 기분이 함께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미니멀라이프를 살게 된 이후 찝찝하게 남아있던 것들이 내가 가진 고정관념, 남들이 말하는 통념들이 나은 나의 집착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 완벽하게 일상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여전히 노력중인 "걷뛰" 를 시작으로 

내 일상속에 구석구석 박혀서 내가 완벽하게 단순하게 살지 못하게 하는 수많은 집착들을 버려보려 한다.

"물건 버리기" 로 시작한 나의 미니멀 라이프를 "집착 버리기" 로 완성시켜 보려 한다.

이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히 내가 원하는 내방식의 미니멀 라이프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기에 나의 이 느낌을 믿고 해보자 해보자!!


내 자신, 오늘도 화이팅!! ^^






Gina SJ Yi (지나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