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침팬지> 제레드 다이아몬드

by 김태완


<총.균.쇠>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진화생물학자로 불리지만 그의 관심사는 매우 다양하다. 언어학에도 상당히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총.균.쇠>가 출판되었지만 이 책은 그보다 앞서 1991년에 출간되었다. <총.균.쇠>보다 더 재미있다. 인간과 침팬지 그리고 보노보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약 700만년 전 인간이 갈라져 나왔고, 약 300만년 전 침팬지와 보노보가 갈라졌다.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사람은 같은 호모속이다. 사람이 호모라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침팬지와의 유연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3의 침팬지라고 부른 것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 특히 영장류와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 일부다처제, 아이 양육 방법, 성행동의 차이 등이다. 인간의 페니스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매우 크고 길다. 정소는 침팬지, 인간, 오랑우탄, 고릴라 순이다. 여성의 유방 크기도 영장류 중 가장 크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섹스를 은밀하게 한다. 섹스에 걸리는 시간도 다른 영장류에 비해 긴 편이다. 오랑우탄(15분), 인간(4분), 고릴라(1분), 보노보(15초), 침팬지(7초) 순이다. 발정기를 알 수 없지만 수정을 위해서만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은폐된 배란기를 설명하는 여섯 가지 가설이 소개되고 있는데 다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혼외정사는 사람에게만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오래된 습성이다. 성 상대방을 찾는 방식, 근친상간, 폐경 등의 진화적 의미 등이 읽어 볼만한 대목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강제로 노동을 위해 낯선 곳에서 서로 다른 언어권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게 된 적이 있었다. 이 때 자연발생적으로 피진 언어가 발생했다. business에서 소리를 딴 것이라는 것이 그럴듯한 어원이다. 그다음 보다 복잡한 언어인 크리올어가 발달한다. 피진 언어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언어권의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그들은 일이 끝나면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 자기 언어로 말한다. 그러나 이민 2세대들은 언어적 혼란을 겪는다. 피진어를 어렸을 때부터 접촉한 이민 2세대들은 보다 정교한 크리올어를 발달시키게 된다. 파푸아뉴기니는 스웨덴 정도의 면적인데 7000개가 넘는 고유어가 산재해 있었고 어느 언어도 3% 이상의 점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은 영어를 기반으로 한 크리올어인 신멜라네시아어가 공통어로 기능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수화를 가르치려는 어설픈 시도가 중단되자 기존 수화와 의미가 전혀 다른 새로운 수화를 장애인들이 개발하여 통용된 사례도 있다. 이렇게 언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인간의 특유한 능력이다. PIE(Proto-Indo-European)는 인도유럽어의 기원인 언어인데 BC 5000~3000년경 코카서스 북쪽과 러시아의 스텝지역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 추정에는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분야인 언어학적 지식이 동원된다. 언어학은 암호학 같다. 언어학을 하려면 각 언어 뿐 아니라 통계학, 컴퓨터공학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좌뇌와 우뇌의 고른 혹사(?)가 필수적이다.


동종의 동물끼리 죽이거나 집단학살, 강간, 노예사냥하는 것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예술은 어떨까? 시리의 그림은 예술계의 호평을 받았다. 시리는 코끼리다. 개인전을 열었던 콩고라는 침팬지도 있다. 바우어새는 형형색색으로 둥지를 짓는다. 혼외정사, 근친상간 등의 현상도 자연계에서 종종 관찰된다. 40세 이상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거의 없지만 크로마뇽인은 60세까지 살았었다. 약 4~5만년 전 인류의 수명은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여성에게 폐경기가 찾아왔다. 여성의 출산은 예전에는 매우 위험하였다. 출산하다 사망하면 이미 낳은 아이들도 위험하다. 그래서 다른 동물과 달리 폐경기가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에게 농업혁명은 재앙이었다. 다이아몬드의 색다른 관점이다. 농업의 부작용으로 영양실조와 기근 그리고 전염병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계급이 분화되었다. 인구가 늘면서 거주지도 확산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들이닥친 곳에서는 멸종이 일어났다. 약 11000년전 신대륙에 처음 진출했던 클로비스인들은 대형포유류들을 멸종시켰다. 동남아시아에서 마다가스카르로 이주한 말라가시인들 역시 마다가스카르의 대형 동물들을 멸종시켰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폴리네시아인들이 이주하면서 대형 동물들은 사라졌다. 멸종은 농업혁명 이후 지금 가속적으로 진행중이다.


이 책은 제노사이드에 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제노사이드는 그 정의도 어렵지만 제3자는 무관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매우 뿌리 깊다. 우리와 그들의 이분법은 그들을 우리와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 윤리와 문화를 낳았다. 태즈매니아인들은 100% 조직적으로 멸종되었다. 신대륙에 유럽인들이 들어가기 전에 원주민들은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존 퀸시 애덤스, 앤드류 잭슨 등 미국의 대통령들은 원주민 말살 정책을 펴 나갔다. 내가 아는 선량한 원주민은 죽은 원주민이다---필립 세리든 장군의 말이다.


다이아몬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경고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더 이상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윤리 의식이 성장하고 있는 점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깨달음 역시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 책에는 44페이지에 걸쳐 참고문헌이 게재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과학적인 글쓰기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1992년 과학도서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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