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도 늙어 죽는다

by 김태완


생명에게 죽음은 필연적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후손을 낳은 뒤 언젠가 사멸한다. 그런데 대장균은 어떨까? 대장균은 후손을 낳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분열한다. 따라서 자기가 거듭 복제되는 것이므로 한없이 영생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 어느 모로는 죽음을 초월한 생명체다. 나도 한 때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장균도 늙어 죽는다.


노화와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조지 윌리엄스는, 늙은이는 젊은이들을 위해 길을 터 주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멸종한다는 지도교수의 말을 터무니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노화의 배후에 작동하는 원리가 무엇일까 탐구했다. 아이를 갖기 전에 자신의 발육에 얼마나 투자해야 할까? 다른 짝을 찾기 전에 얼마동안 새끼들을 양육해야 할까? 자연선택은 이같이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 마치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어느 종목을 얼마동안 보유할 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알래스카로 회귀하는 연어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연어들은 알을 낳으러 강으로 돌아올 때 음식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 그들은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위해 에너지를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강에 일찍 도착하는 연어들이 보다 오래 살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든 에너지를 알을 낳는데 쏟고 일찍 죽으면 나중에 도착하는 연어들에게 보금자리를 뺏길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알을 낳고 나서도 다른 연어와 싸우면서 에너지를 사용한다. 강에 늦게 도착하는 연어들은 그 반대다. 알을 낳고 나서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었다. 일찍 도착한 연어들은 평균 26일 동안 생존했지만 늦게 도착한 연어들은 평균 12일만에 죽었다.

에릭 스튜어트는 대장균도 늙어 죽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대장균 낙원을 만든 후 발광유전자를 삽입하여 분열 이후 군집들을 촬영하며 관찰했다. 스튜어트는 대장균이 분할 할 때마다 점점 더 성장이 느려지는 것을 관찰했다. 100세대 정도 지나면 분할이 멈추는 것 같았다. 대장균은 분할할 때 자신을 둘로 자르기 위해 고리를 만들고 동시에 딸세포의 끝부분을 덮기 위해 모자를 만든다. 몇 세대가 지난 후 살펴보니 일부 세포는 낡은 기둥을, 일부 세포는 젊은 기둥을 갖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대장균이 불가피하게 입는 손상과 관련이 있다. 대장균은 손상의 대부분을 수리할 수 있지만 수리되지 않은 손상은 분열이 진행될 때마다 누적된다. 몸에 핸디캡이 있는 대장균은 건강한 대장균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다. 그래서 손상된 단백질과 유전자를 딸세포에 고루 나누어주는 대신 어느 한 곳에 몰아넣는다. 대장균에게 쓰레기 처리장은 자신의 기둥이다. 쓰레기가 잔뜩 쌓인 기둥을 물려 받은 대장균은 사멸한다. 결국 대장균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노화와 죽음을 선택했다. 자크 모노는 ‟대장균에 있어서 참인 것은 코끼리에게도 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늙어 죽는 것은 대장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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