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엘리베이터

침대에서 읽는 과학

by 김태완

우주에 가는 것은 비싸다. 2001년 NAS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주정거장(ISS)에 최초로 데니스 티토라는 민간인이 다녀오는 데에는 2000만불이 들었다. 이후 상업용 우주여행 비용은 계속 낮아져 준궤도 여행 즉 인공위성 같이 높은 궤도가 아니라 고도 100킬로미터 정도까지 상승한 후 자유낙하하면서 무중력을 체험하는 여행상품은 20만불 정도면 가능해졌다. 그런데 우주 엘리베이터가 건설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 여행이 가능하다.


우주 엘리베이터란 정지궤도 위치의 위성에서 지구상의 한 지점까지 기다란 케이블을 연결하자는 것이다. 1985년 에펠탑이 세위지기 시작했을 때 러시아의 치올코프스키(Tsiolkovskii)가 처음 구상했다는데 바벨탑처럼 탑을 높이 쌓아 올려 우주까지 닿게 하자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지구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중력은 작아진다. 36,000킬로미터 상공의 정지궤도의 위성은 지구로 추락하려는 중력과 달아나려는 윈심력이 서로 상쇄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정지궤도에서 줄을 늘어뜨려 지구상의 한 지점에 고정시킨다면 그 줄을 타고 올라가 우주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96,000킬로미터 지점까지 소행성 크기의 무게추를 연결하여 하중을 분산시키려고한다. 아예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연장하는게 낫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30층 이상의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분당 1200미터 정도니까 시속 72킬로미터 남짓이다. 이걸 시속 200킬로미터로 업그레이드하더라도 우주정거장까지 8일 가량 걸린다. 지구 둘레가 4만 킬로미터니까 얼마나 긴 탑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미 1979년에 우주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한 <낙원의 샘>을 썼다.


문제는 그 줄의 하중이다. 강철의 인장강도는 630메가파스칼, 실리콘은 7000메가파스칼이다. 실리콘 정도의 인장강도라면 구조물의 총질량이 2억톤에 달해 현실성이 없다. 현존하는 재료들보다도 월등히 강도가 높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야만 우주엘리베이터를 현실화시킬수 있다. 현재 그러한 재료로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탄소나노튜브다. 탄소나노튜브는 흑연의 구성단위인 그래핀(Graphene)의 평면구조가 원통형으로 둥글게 말려있는 구조인데 그 이론적인 인장강도가 무려 150기가파스칼에 달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중력가속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다른 재료보다 더 탁월하기 때문에 케이블의 전체 질량은 74톤 정도로 가능해 진다. 흑연도 그래핀 구조이지만 무른 성질을 갖는 이유는 각 그래핀들끼리 약한 반데르발스 힘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3만6000킬로미터 길이로 그래핀을 결합하면서 인장강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모든 문제가 극복되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우주 쓰레기가 그 중 하나다. 초속 8킬로미터로 날아다니는 우주쓰레기가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우주선(cosmic ray)의 강력한 에너지가 탄소나노튜브의 공유결합을 끊을 수도 있다. 수명이 다한 우주 케이블을 수리하면서 운항을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편 36,000킬로미터의 케이블이 늘어서 있다면 지구 자기장에 의해 유도기전력이 발생할 수 있다. 피뢰침이 하늘과 지면 사이의 전위차로 인해서 발생하는 전류를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처럼 우주엘리베이터 역시 유도기전력으로 인한 전류를 그대로 흘려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만약 이러한 전류의 흐름을 허용할 경우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의해서 케이블 전체가 지구의 자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밀쳐지는 힘을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유도기전력으로 인한 전류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애초에 케이블을 전류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만드는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기본구조라 할 수 있는 그래핀을 어떠한 방향으로 말아서 튜브를 만드느냐에 따라 전기전도성이 결정된다. 그중 강도가 가장 큰 구조인 armchair 구조의 경우 전기전도성도 매우 좋아서 은과 같은 수준의 저항밖에 발생시키지 않으며 최대 구리의 1천배에 달하는 전류밀도를 감당할 수 있다. 전기전도성이 좋다는 것은 다른 응용분야의 경우는 호재일수 있으나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의 경우에는 전기전도성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를 희생해야할지도 모른다.


정지궤도는 지구표면과 동일한 주기로 회전을 하지만 훨씬 큰 회전반경을 가지므로 단위질량당 각운동량이 적도 위 지표면의 거의 7배에 달한다. 따라서 지표면에 있던 화물을 정지궤도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는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회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밀쳐지는 코리올리힘을 받게 된다. 이러한 효과로 케이블이 원래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강력한 로켓엔진을 작동시키는 등의 대응책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좀더 간단한 해결방법은 우주로 올라가는 질량과 같은 질량의 물체를 정지궤도에서 지구로 내리는 것이다. 이 두가지 질량이 동일할 경우 코리올리힘은 완전히 상쇄된다.


현재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최초의 우주엘리베이터가 건설된다면 그 국가는 향후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여러가지 기술적인 난관들이 존재하지만 아마도 21세기 중반쯤에 최초의 우주엘리베이터가 완성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침대에서 읽는 과학>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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