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내 인생, 개똥처럼 흔적은 남네

나도 개똥이 거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by 잉여인간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누구나 살면서 자신이 살아온 흔적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여태껏 잘 살아온 걸까,

나와 지금껏 인연이 닿은 사람들,

인연이 끊긴 사람들에게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떠한 인생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인생을 살면서 정답은 없다지만

그래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면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 몇 년 동안 사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자그마한 회사를 개업해서 열심히 힘껏 키워보자고 다짐했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과 시대적 흐름,

그리고 여기저기 얽혀있는 인간관계....

그리고 거기에는 현실에 하나씩 포기해 버린 나의 무기력함도 한몫했으리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인생이란 실타래가 꼬여서 얽혀버린 건지

매일 밤마다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그 처음이 생각나지 않는다.

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 무의식 속으로 묻어 꺼내고 싶지 않아서 인지...


얼마 전에는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어

부모님께 지금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얼마의 돈을 연말까지 갚겠노라 약속하며 지원을 받았다.

한평생 가난하게 사셨던 분들에게

자식으로서 호강시켜 드리지 못할 망정 염치없는 짓까지 저지르고 나니

인생 참 지랄 맞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부모님께 염치없는 부탁을 드린 그날 밤,

대체 내 인생이 왜 이리 지랄 맞은 지,

왜 이리 지금 사는 게 꼬여버렸는지

기억을 더듬고, 무의식 속에 묻어버린 옛날이야기도 꺼내서

한 번 정도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리해야 한다고

창문 너머 어슴푸레한 오월 어느 날 밤의 끝을 맞이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누구나 길을 걷다가 개똥을 본 적이 한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자신이 원치 않아도 보게 되는 개똥.

시간이 지나며 누군가 치우던지 아니면 비에 씻겨 떠내려가던지

개똥은 사라지지만 흔적은 얼마간은 남게 되고 그 흔적도 서서히 사라져 간다.

내 삶도 지금 여기까지 흘러오는 중에

의도하던지 우연이던지 여러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여러 일을 겪으며

많은 흔적들이 개똥처럼 남았고 사라져 갔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나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인연이 끊어진 사람들에게 개똥처럼 흔적을 남기는 중이거나 차츰 흔적이 사라지는 중이거나,

아니면 흔적이 사라져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나라는 개똥이 처음에 어떻게 눈에 뜨였는지

그 흔적이 남았는지, 사라졌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살아온 메마르고 꼬불꼬불한 흙길 위에 서서

여러 수많은 개똥들이 남긴 흔적을 하나씩 바라보며

그리 좋지도 않은, 그렇다고 그리 나쁘지도 않은 삶을 글로써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다녀간 흔적이 개똥처럼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겠지만

그래도 나라는 개똥의 흔적을 하나씩 남겨보고자 한다.

언제까지 흔적을 남길 것인지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랄 맞은 인생 살아가는 데 있어서 후회와 미련, 아쉬움을 정리하는데

조금이나마 숨 쉴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길 가다 우연찮게 개똥을 보는 것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어쩌다 내 글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가 흙길 위에 모래 한 알 만큼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꾸미지 않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겨두려 한다.

지랄 맞은 인생이지만, 개똥처럼 흔적이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내 이야기를 남겨두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