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by 임성빈

글쓰기 모임인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얘기해볼까 한다.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좋다. 성격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조금만 어색하면 말이 잘 안 나온다. 10대 땐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하고 지내다보니 입이 닫혀있는 경우가 많이 없었다. 와중에도 말이 없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냥 그게 성격이고 그런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또한 어른들과 있으면 말 한마디 못하는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 질문을 정말 가끔 하는데 이건 큰 발전이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잘 못하겠다. 지금까지도 원래 말이 없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당장 어제도 다른 사람이 말을 하지 않으면 끝까지 아무말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순간 뭔가 잘못된건가 싶었다. 내 이런 성격과 말주변이 사회에서 특이하고 언급될 정도인가 싶었다. 그래서 살짝 부끄러웠지만 한발 떨어져보면 또 다르다. 원래 내가 그렇고 그게 편하니까 굳이 바꾸려고 노력하고 싶진 않다. 이젠 배째라는 식이긴 하다.


이렇게 재능이 없다보니 차라리 글이 낫겠더라. 글을 업으로 삼는 분들께는 거슬릴 수 있으나 그만큼 글쓰기가 장벽이 낮다. 그냥 뻘짓을 써도 글이고 책을 내도 글이다. 글은 수정을 통해서 어느정도 포장도 되고 읽는 사람이 속도나 목소리를 정한다. 이래저래 장점이 많다고 느낀다. 나에게 글은 좋은 회피방안이다. 발음이나 톤이 좋은 편이 아니라 그런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가끔 회사에서 모든 사람과 카톡이나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그걸 가장 이상적인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편한 사무실이 있을까? 퇴사도 카톡으로 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이직률은 현재의 3배를 넘길 것 같다. 반대로 카톡소통이 너무 좋아서 업무능률과 만족도, 근속년수가 오를 수도 있겠다. 나같은 사람만 회사를 다닌다면 말이다. 감정을 뺀 대화가 99%인 회사에서 카톡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창구다.


처음 쓴 글은 블로그에 쓴 글이었다. 당시 작성한 첫글은 지금 비공개다. 큰 이유는 아니고 밝은 분위기의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어두운 면을 밝히고 싶지 않지만 해소는 원했기에 그렇게 쓴 것 같다. 지금도 꽤 남아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남이 잘 됐을 때 오롯이 축하해주지 못하는 점이다. 아무튼 그렇게 쓰고 나니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몸 안에 있던 걸 밖에 둔 느낌. 실제로 그러다보니 느낌은 꽤 괜찮았다. 가끔은 쓴 것을 까먹기도 했다. 쓴 것을 다시 들춰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해소가 되었음을 느꼈다. 글을 씀으로써 마주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글쓰기에 열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민간요법인지 심리치료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표현의 역할이 크다. 다른 sns는 내 생각을 다 드러내기가 힘들다. 글자수 제한이 있거나 보기에 불편하다. 뭔가 단정짓기 어려워 이래저래 설명을 많이 붙이는 사람은 블로그가 맞다. 쓰다보면 실제로 꽤 깊은 생각까지 쓰게 된다. 혹은 중구난방으로 이야기해 앞뒤가 안 맞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 쓴건 다시 안 보게 된다. 그냥 표출의 의미가 큰 것 같다. 옆에다 인형을 앉혀두고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내 얘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끝이 난다. 댓글은 달아주면 좋지만 대댓글 다는게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어느장단에 맞춰야 할 지 나도 모르겠다. 소극적인 관심종자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글이 주는 즐거움 덕분이다. 이를 말로써 풀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겐 글이 그렇다. 그런데 이런 글쓰기에도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은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처음 블로그를 쓸 땐 일상보다 그때그때 생각난 것들을 적었다. 내용이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그러나 늘 재밌는 주제가 내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일상의 얘기를 쓰게 되었다. 일상도 지루하기만 하면 쓸 내용이 없긴 하다. 그래서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라. 한번은 일주일에 한 번 꼭 글을 쓰겠다며 선언했지만 바로 실패해버렸다. 마치 웹툰처럼 매주 일요일에 뭐라도 쓸 것이라 했다. 내가 글쓰기에 너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나 싶기도 하다. 정말 뭐라도 쓰면 좋을텐데,, 이렇게 써보니 다시 한번 일요연재를 시작해볼까 한다. 두 줄이나 세 줄이라도 좋으니 간단하게 ‘기록’을 목적으로 남겨봐야겠다. 언젠가 돌아봤을 때 쌓여있는 기록을 보고 뿌듯했으면 한다. 또 써버릇해야 뭐라도 늘 것 같다.


‘그냥 하기’가 가끔 성공의 비결로 비춰지는 이유는 보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나에겐 몇 달 전까지의 헬스가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떻게 매일 시간을 내서 운동을 가는지 신기했을 것이다. 나는 그냥 원래 그래왔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일상일 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헬스를 하지 않는다. 다른 취미생활이 더 재미있어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 글쓰기도 그런 궤도에 올랐으면 한다. 예전에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읽었을 때 글쓰기에 관한 팁을 많이 배웠다. 사소하게 생활속에서 키워드를 줍고 주제를 줍는 습관들, 행동들을 알려줘서 좋았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나에겐 귀찮았다. 메모를 자주 하라던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습관이 되지 않아서인지 어색해서인지 선뜻 적기가 어렵다. 그 작가님은 인스타 계정도 메모장도 여러개를 쓰시더라. 적어도 글을 쓰겠다는 사람은 그정도의 마음가짐은 있어야 하나보다. 그리고 이런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고 주제나 쓸 게 없다고 하는 내 모습도 반성이 된다. 생각해보면 그냥 스쳐지나갈만한 일화나 생각들도 적어놓으면 얘기할 것이 많다. 오늘도 칼퇴를 하려다 상사분의 얘기를 듣다가 5분 늦게 퇴근한 일이 있었다. 그 얘기는 또 퇴근과 출근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창 DDP를 지을 때 얘기였는데 토요일 9시 30분에 출근하고 계셨다더라. 쉬는 날이지만 출근을 강요받아서 아침에 움직이는데 30분 늦었다고 욕을 먹었다고 하셨다. 다 듣고 나니 6시 5분이었고 나는 퇴근을 했다. 이렇게만 해도 벌써 쓸 게 생기긴 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예전엔 글을 쓰다보면 자주 그랬다. 짧든 길든 뭔가에 대해 설명하다가 내 의견을 넣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쓰다보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내가 A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B에 더 가까운 취향이었다든지, 김모씨의 편인줄 알았는데 박모씨의 편인 적도 있었다. 그럴 땐 아깝지만 앞의 내용을 날리고 다시 쓴다. 혹은 그런 모습대로 드러내버린다. 대신 정리는 좀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는 사람은 헷갈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글 마지막 문단에 정리를 해준다. 나조차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몰라서 내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 부분이 없다면 나중에 누군가 그 글을 읽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라고 물었을 때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가면 또 당황해서 당시 의견과 반대로 얘기할 수도 있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건 좀 끔찍하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말에 말이 붙어 글이 길어진다.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에 설명을 붙이는 느낌. 이건 또 기분이 좋다. 찰떡같은 설명을 찾거나 글이 길어지면 괜스레 기분이 좋다. 글이 풍성해지는 느낌은 글이 간단명료해 보일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기쁨이의 풍성함과 따분이의 센치함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이렇게 글을 쓰면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의식의 흐름은 정말 무서운 게 삘을 받으면 30분만에도 블로그 글이 뚝딱 나온다. 그런 적은 없지만 몇 편에 나눠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늘 좀 괜찮은 결론이 나오면 그만두게 된다. 그럴 땐 결론도 갑자기 찾아온다. 쓸말이 없어서 결론에 도달한 것인지 쓰다보니 글이 정리되어 결말을 맺게 되는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꽤 괜찮은 결론은 정말 귀하다. 웹툰을 한창 볼 때도 용두사미의 웹툰은 기피했고 용두용미의 웹툰은 찬양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한 번 추천했었다. 하지만 결론 짓기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게 한번 결론을 지어버리면 그 뒤를 이어가기가 힘들다. 이미 마음이 떠버렸기 때문에 뒷 내용을 이어가는 것은 처음의 시작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조차도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전히 자신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있지만 깔끔히 글이나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면 누군가에겐 오래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정 어렵다면 어릴적 일기처럼 그저 ‘끝’이라고 마무리하는 것도 좋아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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