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사용법

by 임성빈

비밀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비밀에 정당성이 부여되진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 ‘널 위해 그랬다’라는 내용들은 나와선 안 될 말들이다. 적어도 나에게 비밀은 바퀴벌레와 같다.


나에게 비밀이었던 얘기들은 왜 비밀이어야 했을까? 나름 정당한 이유에 의해 숨겨졌던 일들이겠지. 그래도 ‘숨겨졌다’라고 하기엔 억울할 수 있겠다. 굳이 꺼내지 않았을 뿐 숨긴 적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그런 판단이 됐다면 끝까지 꺼내지 않아야 했다. 적어도 나에겐 드러나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진정 나를 위한다면 존재조차 모르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특정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하지만 비밀을 다루는 사람들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그저 어떻게 이를 보관해야 할지 고민할 뿐이다. 비밀이 들킨 뒤 그들은 당시엔 비밀로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비밀을 들킨 뒤 처치 방법은 무섭게도 하나로 귀결된다. 그러지 않아야 하는 게 의무이며 예의다.


앞서 말한 듯이 비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하나 이상의 비밀을 어쩔 수 없이 품고 산다. 비밀 속 내용은 말 그대로 비밀이지만 존재유무는 너무도 투명하다. 모두가 비밀을 가진다는 통념이 비밀 이야기를 더 재밌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을 둘러싼 비밀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 사소하든 중대하든 말이다. 그렇지만 그 비밀들은 쥐 죽은 듯 살아있기에, 특정할 수 없기에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이 상태만 유지된다면 삶 또한 나쁘지 않게 유지된다.


그러나 치명적인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일상과 관계는 변화한다. 나보다 더 알고 있는 너와 나는 동등한 관계일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해도 해석은 다르게 된다. 거기서부터 오해와 불신이 쌓인다. 속이려 한 적은 없다지만 비밀을 소유한 이유만으로 취조를 받게 된다. 평소 가장 최악인 상황을 자주 고려하는 사람에게 걸린다면 취조는 하루 이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꽤 확대 해석된 질문들에 답변하고 증명하다 보면 상처만 남는다. 잘 마무리해도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엮일 수도 있다. 물론 정말 오해에 그치는 일은 예외다.


자취를 하면서 꼭 한 두 번은 바퀴벌레를 마주한다. 인터넷에서 바퀴벌레 관련 글을 많이 봤다. 오래된 건물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주변에 그런 건물이 있다면 바퀴벌레는 근처에 있다. 언제든 어디로든 넘어올 수 있고 집에 들어올 수 있다. 생존력 또한 좋아서 박멸하기 어려운 편에 속한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존이다. 어차피 다 잡을 수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내 공간만 신경 쓴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이득에 비해 너무 큰 비용이 든다. 결국 내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퀴벌레는 생김새가 주는 혐오감이 제일 크다. 그리고 관찰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건물 사이사이에 바퀴벌레가 가득 차는 상상을 하게 된다.


비밀도 이와 같다. 그러니 관찰이나 특정되지 않았으면 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딱 맞다. 우매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하루하루 행복한 인디언이고 싶을 뿐이다. 강제로 문물을 들여 행복한 삶에 위험을 주고 싶지 않다.

주제: ‘비밀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로 시작하는 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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