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동체를 통한 모두의 참여
경험상 ‘소통’의 완전판은 없습니다.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완전판이 되더라도 장점은 아닐 겁니다. 영화 ‘아바타’처럼 연결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를 진단하고 출발하는 출발은 지금보다 더 많은, 효율적인 소통을 하고자 애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만족하는 소통은 불가능하다. 다만 더 나은 소통을 위해 애쓸 뿐.’이라고 소통에 대한 기본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내가 어떤 대상 혹은 기관에 문제 의식을 가지거나 그 반대인 경우에 개인적 감정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구조를 살피다보니 상대의 감정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예전 전교 학생수가 20명 내외의 6학급 학교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1,200명 가까운 55학급 학교에서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급수가 늘어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10학급대, 20학급대, 30학급대, 40학급대, 50학급대까지 경험한 셈입니다.
교직원 수는 학급수의 두 배쯤 됩니다. 학급수, 학생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이 아니고, 그에 대한 다양한 관계가 늘어난 학급수도 수 배 이상 복잡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20만이 넘어가는 도시에서는 익명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보통 소도시가경우 10만명 내외였고 타시도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그 정도 되면 익명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익명성에 대한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의 경우도 30학급이 넘어서면 인구 20만의 도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익명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40학급 이상이 되면 익명성과 더불어 다소 복합적입니다. 대개 전체 회의를 할 때도 30학급이나 넘어서면 그 회의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쉽게 가볍게 할 수 있는 회의가 아닌 셈입니다. 자주 모이는 것도 어렵거니와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전체 모여 서로 나누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문화의 변화 출발일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 초기 전체 모임을 운영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눌 때는 ‘그 자체의 생소함’이 있었습니다.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진 학교가 아이러니학도 토론을 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접하는 문화가 별로 없었습니다. 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전체 모임에서 할 논의들은 분명 있습니다.
학교 규모의 변화에 따라 소통 방법도 달라야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2017년 말 학교자체평가를 할 때 나온 의견들을 펼쳐놓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중에 두레라는 협의체를 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당시는 두레라는 이름이 아니었고, 팀별회의, 주제 TF 등의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어쩌다 혁신학교 내용 중 일부 <2018. 살림터. 공저>
두레의 사전적 의미는 농촌에서 농사를 공동으로 하기 위한 조직 정도로 나옵니다. 두레삼은 두레를 이루어 삼베를 짜는 일을 말합니다. 의미를 찾았을 때 가장 적당한 이름은 ‘두레삼’ 단어가 더 가까웠습니다.
같은 학년끼리의 협력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같은 학년끼리를 넘어 다른 학년과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연계 내용이 바로 학교교육과정 운영에서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간단한 예로 학교에서 생활교육에 대한 방향, 대처 방법 등은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키워드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조직을 ‘두레’로 만든 것입니다. 즉 씨줄(학교교육과정)과 날줄(학년교육과정)을 엮은 것입니다.
해밀초 협의체
‘작은 공동체를 통한 모두의 참여’입니다. 작은 공동체는 같은 학년, 돌봄전담사, 행정실, 교무실, 교무행정사 등 일상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협의를 합니다.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협의 결과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존중은 학교장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존중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공동체 간 협의도 정례화하였고 그 협의에 대표자가 참여하는데 ‘기획회의’라고 부릅니다.
학생, 학부모도 마찬가집니다. 학생회는 학생회 내에서 협의를 하고, 학부모회도 학부모회 협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그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가 연석회의입니다. 올해부터는 해밀학교 사회적 협동조합도 연석회의에 참여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교육4주체 회의체가 되었습니다.
좀 더 넓혀보면 학구 내에 있는 해밀유,초,중,고, 해밀동주민센터, 학구 내 아파트 단지 대표가 함께 하는 협의체가 있습니다. 해밀교육마을협의회라고 부르는데 학교와 마을을 잇는 통로로서 역할을 하며 공동의 일을 함께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해밀무지개축제가 있으며, 해밀동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세종, 충청권, 전국, 세계로 넓혀가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물론 어떤 영역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소중한 개인이 만나는 작은 공동체가 기본이 됩니다. 1차 기본단위로 작은 공동체, 그리고 배움과 실천이 연결되는 학교와 마을이 2차 기본단위가 삼았습니다. 즉 작은 공동체를 통해 개인과 학교를 연결하는 것이 첫 번째, 학교와 마을 단위를 기본으로 안으로는 작은 공동체를 밖으로는 세계와 만납니다.
23년 워크숍을 진행하며 마지막 날 ‘마을로 세계로’라는 슬로건이 나온 건 이러한 맥락 속에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꿰맞추지 않아도 학교의 방향과 현재의 진단,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공유 속에서 공동체의 직관, 집단지성이 발현한 셈입니다.
작은공동체를 통한 모두의 참여는 의무이기도 하고 권리이기도 합니다. 학교라는 조직 속에 함께 생활하며 적어도 내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정례화하고, 그 과정에서 역할도 생기고 의무도 생깁니다.
정교한 경험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초기, 급박하게 돌아갈 때 공문보다 당국 브리핑에 맞춰 대응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학교에서 정한 큰 원칙 중 하나는 ‘브리핑 다음날 협의’였습니다.
놀라운 경험은 다음 날 논의를 하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거의 대부분 아니 학교 실정에 맞는 나왔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도 협의했습니다. 이후 교육청에서 나오는 안을 살펴 바로 안내하였습니다. 학교교육공동체는 빠른 대응에 신뢰를 보냈습니다.
즉 논의한 결과에 대한 존중에 대한 경험입니다. 다른 작은공동체와 논의하며 조정하며 작은 공동체에서 논의한 사항을 최대한 존중함을 배웁니다.
‘누구나 만족하는 소통은 불가능하다. 다만 더 나은 소통을 위해 애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