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7

수치, 치욕, 굴욕

by 인간아

강사님께서 올려주신 치욕과 굴욕, 수치의 이 정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학문분야마다 어휘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다를 때가 있다. 치욕과 굴욕이 수치보다 욕됨이나 모멸감의 의미가 더하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의미 구분 차이에 대한 설명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어서 ‘모욕’을 추가한 인류문화학자 김현경의 책 내용을 조금 정리해 볼까 한다.

‘모욕에는 가해자가 있지만, 굴욕은 그렇지 않다. 모욕을 당한 사람은 단호하게 항의할수록 효과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지만, 굴욕을 당한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가능한 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사건 자체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현경은 굴욕에 대처하는 자세를 ‘쿨하다’와 ‘찌질하다’로 언급한다. 연예인이 네티즌이 올린 과거의 굴욕 사진 때문에, 성형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는 것은 환영받아 인기가 올라가지만,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소하는 것은 찌질한 방법으로 인식한다고 하였다. (사람, 장소, 환대 159쪽)

그러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모욕은 흔히 굴욕의 모습을 띠고 나타나는데, 예고 없는 실직이나 터무니 없이 적은 일의 대가, 혹은 아무리 절약해도 반지하 셋방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굴욕을 느낀다고 사례를 나열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을 모욕이라고 여기지 않는데, 해고한 사장도, 방세를 올려달라는 주인 할머니도 시장의 법칙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모욕은 구조가 아니라 상호작용 질서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면서도 그 수단을 빼앗는다는 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야 신자유주의의 광폭한 질주를 그저 망연자실,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따름이다.

나 또한 직장 동료들에게 잘 베풀고, 배우자의 경제적 지원을 느끼게 하는 특정 동료들을 볼 때마다, 좀 더 거리낌 없이 베풀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굴욕을 느낀 적도 있는 듯 싶다. 그러면서 크게 부럽다는 마음이 많지는 않았어도, 한 편으로 내가 가진 무형의 자산과 가치를 들추어보며 정신 승리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결핍된 요소들이 보이는 나 자신이 그닥 만족스럽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50대라는 나이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성찰하면서, 전반적으로 삶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윤택해야 할 나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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