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 10

들르다, 들리다

by 인간아

나이가 들면 사레도 잘 들리고, 치아도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나는 등 상하기 쉽다.

늙으면서 사레가 잘 드는 이유를 찾아보니 신경 반응과 근육 기능의 저하 때문인데 노화로 인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뇌 신경의 반응 시간이 늦어져서 그렇다는 거다.

‘늙으면 사레가 잘 걸려’ 라는 말하는 엄마를 보면서, 떡을 사 드리기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다. 사주면서도 가위로 작게 잘라드리라고 주변 가족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제는 나 자신이 불편한 자세로 목을 꺾고 잘 때 내 침에 사레가 들려 고생하는 황당한 경험까지 하는 일까지 생겼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딸아이와 밥을 먹으며 사레가 걸리면 자연스럽게 모녀의 위치가 역전하여 걱정스레 바라보는 딸에게서 내 모습을 보곤한다.

아울러 구멍나고 금이 간 내 치아를 치과에서 적나라하게 확인하거나, 사레가 걸려 얼굴이 벌게지도록 콜록거리는 주변 동료들을 볼 때면, 젊을 때의 욕망과 속도 그대로를 지니고 살지 말라는 조심스런 경고로 듣는다.

변하는 몸에 맞게 마음도 같이 늙는 것이 그래서인가 씁쓸하기도 하면서, 조심성이 많아지는 것이 보호색을 갖추고 태어나지 못한 인간의 자연스런 학습능력이려니 생각하면, 느림의 미학을 시전하는 거라고 애써 자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신중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가끔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철학책 한 구절에는 생각의 차이가 창조적 사유의 원천이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행동이 없이 직책이나 여타의 핑계를 대며 어쩔 수 없는 자가 되기로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비겁함에 동조하거나, 고치지 못하는 급한 기질로 실수하는 것만 조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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