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 11

승부, 승패

by 인간아

배드민턴 경기에서 도파민과 엔돌핀이 솟구쳐 쾌감으로 이어질 때는 실력이 얼추 비슷한 상대를 만나, 박빙의 차이를 보이면서 한바탕 신나게 뛰고 났을 때이다. 그럴 때면 ‘즐거웠어요, 재밌었어요’ 라는 말이 저절로 터지고, 끝내지 못하는 아쉬움에 한 번 더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 경기를 벌이고 나면 져서 셔틀콕을 잃어도 즐겁고, 이기면 곱절이 기쁘다. 혼자 잘 해서도 안되고, 상대편과 호흡을 맞춰가며 체력과 전략이 둘 다 있어야 하는 게임이라, 좋은 승부를 나누고 나면(실력이 양팀이 비슷해서이지 전략이 훌륭해서는 아니지만), 극도의 쾌감이 오고, 이로 인해 행복의 온도가 조금 올라가는 것도 같다. 그래서 엘보와 무릎 통증도 재미나고 흥분된 경기 중에는 순간 싹 잊어버리는 이유가 납득이 되는 것이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달리기에서 숨이 차고 힘든 사점(dead point)을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등 몸이 가뿐해지는 시점인데, 개인적인 운동인 수영이나 등산 등 다른 운동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러너스 하이’, 즉 고통 후에 몸이 오히려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은 등산에서 경험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힘들게 걷다보니 어느 새 몸이 가벼워져서 발걸음이 빨라지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내가 느끼는 ‘러너스 하이’는 사실 상호작용 속에서 느껴지는 칼과 칼이 부딪힐 때의 챙챙거리는 순간, 결과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긴장과 몰입감, 작은 차이로 결정되는 극적인 순간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진폭이라는 설명이 더 맞다고 볼 수 있다. 경기를 하다보면 드라마틱한 스토리까지 써내는 경우도 있으니.

배드민턴을 하다보면 찌뿌둥했던 몸도 게임하면서 풀리고, 가벼워질 때가 있다.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경기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행복감, player’s high가 크기 때문에 나는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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