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 12

시기와 질투

by 인간아

시기와 질투 뒤에 오는 것은 흔히 모함과 암투, 그리고 시련이다. 그러나 이건 영화나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연결고리이고, 나 같은 경우는 굳이 시기심이나 질투 뒤에 오는 것이라고 한다면 상대에 대한 미움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과 열등감이 더 맞을 것 같다. 열등감까지는 좀 과장되었고, 다소 위축되거나 작아진다고 하는 것이 더 평균에 근접하는 말이다.

누군가를 시기하는 마음이 잘 일지도 않지만(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내게 독약이 됨을 아는 까닭에), 내가 갖지 못한 것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결핍에 대한 감정을 느껴도 그런 감정이 밖으로 분출되기보다 안으로 삭이는 경우가 더 내게 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 ‘리플리’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지배적인 감정은 공포였다. 내가 재벌의 자식도 아니건만(즉 빼앗길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고 느껴도), 내가 호의를 베푼 누군가가 내 안온한 삶에 스며 들여, 내 행색을 하고 주변 사람들을 파괴하며, 가진 것들을 빼앗아 간다면... 하는 두려움이었다. 삶에 대한 갑작스런 침입과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이 인간성을 상실하기까지 받았던 모멸감과 멸시, 비웃음, 가난이라는 열등감, 비루하면서까지 재벌 옆에서 받아 먹고자 했던 부에 대한 열망, 계층간 위계 등 리플리의 비인간성을 만든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음에도, 호의적 관계가 살인자로 변해버린 위치 이동에 대한 충격이 내게는 무엇보다도 컸다.

그 사람이 가진 자산이나 재능 등에 대해 일반적인 찬탄이나 동경, 존경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를 먼저 느끼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것인가? 가진 것을 나눠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삶에 자극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시기와 질투를 느끼게 되는 것인가. 짐작이 잘 안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동경과 찬탄이라는 감정이 한 번의 실수로 팽 돌아칠 수 있는 그런 가벼움의 선호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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