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구다, 떨어뜨리다
떨굼에 관한 기억은 오래 전 교실에서의 장면이다. 교실에서 종례가 끝난 후 아이들 몇 명과 함께 책상을 마주하고 얘기하던 입장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의 솔직한 대답에 내 시선이 12도, 45도, 56도 세 단계로 떨어지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마지막엔 한참 동안 눈을 내리 깔고 고개를 숙인 채로 느린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내 마음과 함께 한 번, 두 번,세 번 툭툭 무너지던 시선이, 마음이 조금씩 꺼질 때마다 계단식으로 떨구던 그 시선이, 생각난다.
지금도 마음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던 그 때의 경험이 참 인상적이라, 나중에 그 장면을 회상할 때마다 정확히 내 마음을 표현했던 떨어지는 시선을 흉내내볼 때도 있었지만, 더 이상 불가능했다.
이젠 시선과 함께 마음도 깎여 내려앉던 그런 경험을 가질 수가 없다. 이제 내 마음이 그런 계단식 마음을 갖기엔 단련되어 강해지기도 했고, 마음이 오롯이 담겨 그대로 표현되던 예전의 내가 아니라서인지, 지금은 멈칫할 때도 한 번 정도 시선이 멈췄다 지그시 내려올 뿐 마음의 흔들림조차 간단하게 표현되는 듯 하다.
한 번 정도만 잠시 떨어지는 시선은 내 생각과 마음이 그만큼 빠르고 단순하게 정리가 되어간다는 뜻일까. 아니면 온전히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잊었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