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 14

신문, 심문

by 인간아

화요일 남편의 전화가 왔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남편의 목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끊어졌다. 의아해하는데 다시 전화가 왔고, 이번엔 낯선 사람의 목소리였다.

119구급대인데, 남편이 탄 자전거와 자동차가 교통사고가 나서 남편이 지금 *병원 응급실로 가니, 보호자가 언제 올 수 있냐는거다. 많이 다쳤냐며 연거푸 놀라 묻는 내 질문에 보기에 외상은 별로 없어보이는데, 응급실 가서 살펴봐야한다고 했다.

마음이 심란하고 분주해져 일하던 노트북을 접는데, 다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비가 오는 도로 위에 한참 누워 있어서, 옷이 다 젖었으니 속옷을 챙겨오라는 남편의 선명한 주문이었다. 일상과 별로 다르지 않은 통화 덕분에 안심해서였는지, 생각보다는 침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남편은 골절이나 다른 심한 손상은 없이 타박상으로 한쪽 다리가 많이 부은 상태였다. 걷기 힘들어 통원치료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의사의 권고로 입원에 들어갔고, 횡단보도에서 차량이 우회전 중에 일어난 사고라 속도가 높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동차측이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어난 인사사고이고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중과실이여서인지, 경찰까지 왔었다고 했다.

그 날부터 난 운동이나 연구회 모임같은 다른 일정이 끝난 후 집에 바로 가 쉬지 못했다. 커피와 빵을 사서 늦은 시간 병원에 한번씩 들르는 루틴이 새로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사고로 가져오지 못했던 남편의 자전거도, 찾아서 집까지 털털거리며 끌고 와야했다. 힘들면 운동 같은 내 일상의 루틴을 일부 포기하면 되는데, 그 와중에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병원에 들러 남편의 머리를 감겨주고, 잠시 앉아 말벗이 되어주는 일은 그다지 크게 힘들지도 않은데, 생각보다 내가 체력이 약해서인지, 고갈된 에너지의 마지막까지 긁어모으는 느낌이었다.

50분 가량 대중교통으로 하는 출퇴근에 이어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일정들이 벅찼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운동이 끝나고 가면 너무 늦고 피곤할 것 같아,못 갈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이 기회에 하루 정도는 빠져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걷기 불편한 남편을 위해, 입원 당일 사놓은 페트병 생수들을 다 마셔서 이제 떨어지고 없다는 것이다. 남편과 통화하면서도 정수기하나 병원에 없을까 싶어, 운신이 좀 나아졌으니 식수야 구하면 해결이 될터인데, 짐작컨데 남편은 주전부리 간식과 말벗과의 대화를 하루라도 건너 뛰기 싫은 탓이다. 남편 마음이 번연히 보이는 터라 나 또한 안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 입원생활은 무료함이 컸고, 결국 뻑뻑한 눈을 비벼가며 난 당일의 세번째 루틴을 실천했다. 그리고 만난 남편을 신문했다.

'당신, 물이야 정수기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거 알면서 그거 나 부르려는 핑계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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