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닿다, 맞붙다
매일 살이 맞닿는 사람은 누구? 바로 딸이다. 고2인 딸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입술을 맞대고, 포옹을 하며 몸을 포갠다. 성별이 같아서 스킨십이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남편은 아내와 딸 모두에게서 스킨십을 받을 수 없어 내심 부러울 것이다), 딸은 내 흑역사 장면마다 핸드폰을 꺼내 찍어 보관할 정도로 내게 애정 어린(?) 집착을 보인다. 때론 무심한 엄마한테 너무 과분한 딸이라며 툴툴거리긴 하지만, 늘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 확인받고, 말투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왜 그런 말투냐며 반응이 날아온다.
내겐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고, 남편과의 무덤덤한 관계를, 가족이라는 가장 근원적이고 기본인 관계의 결핍을 딸아이가 많이 보상해 주고 지탱해 준다.
가끔 언쟁이 생기거나, 서로 서운하게 해서 한바탕 맞붙은 후에 토라지거나 삐쳐 있는 딸을 푸는 방법은 세련되고 진심 어린 화해의 신청이 아니다. 그저 어린아이 대하듯, 입술로 쪽쪽거리며 맞닿는 고전적 방법인데 중학생 때까지는 의외로 잘 먹혔었다. 딸아이도 못 이기는 척 웃고 풀던 방법이었는데 이제 조금 버겁다. 화가 많이 난 경우에는 방 밖으로 쫓겨나고, 딸아이도 언어 수위가 선을 넘는 듯하여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한 마디의 진심 어린 사과보다 왜 기어이 쪽쪽거리는 것으로 관계를 풀어보겠다고 어리석은 시도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분명한 패를 인정하기에는 내 나름으로 억울하고, 엄마 체면이 안서서일까. 입술로 눙쳐보려 하지만, 거기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