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 2

데다, 혼쭐내다

by 인간아

더할 나위 없이 사이가 좋던 딸아이와 어제 삐그덕거렸다. 선 넘게 발언하는 모습을 좀 불편해하다가 나도 어른답지 못한 발언을 했더니 길길이 뛰고 난리다. 부모로서의 권위를 세울 수 있게 혼쭐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 생각에 가까운 사람에게 내는 혼쭐은 잘 혼내는 것과는 방향성이 일치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 대 인간으로 찬찬히 마음의 갈피를 짚어가며 속내를 드러내고, 그 속내를 딸아이가 살필 수 있도록 호소하는 것이 낫다는 내 나름의 경험치가 있다. 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엄마에게서 절대적인 제 편을 바라는 딸에게 나는 왜 엄마로서 위치하지 않고, 다른 타자의 위치를 여전히 고수했을까. 딸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건만.

아마도 내가 고수해 온 삶의 원칙을 잠깐이라도 내려놓지 못하는, 융통성 없는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을 편들어 욕한다고 해도, 딸아이가 그 선생님 앞에서 오만불손하거나 배움의 자세를 잃는 그런 아이는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으면서도, 딸아이의 성숙함을 믿지 못한 탓일 것이고, 한 편으로는 나나 딸도 모르는 그 사람만의 저간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정심의 발의일 것이다.

아직도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청맹과니처럼 어둡다. 마음을 내어주는 일에는 더욱 옹졸하다. 시험 기간이 겹쳐 날카롭게 마음이 벼려진 딸아이의 마음 하나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나를, 외롭고 힘들었을 딸아이를 제대로 다독여주지 못한 나를 혼쭐내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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