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글쓰기 3

솔직, 정직

by 인간아

오늘 출근하며 건널목을 건너다가, 한쪽에 세워든 보행보조차를 보았다. 할머니유모차 위에는 종이 골판지가 세워져 있고, 핸드폰 번호와 함께 '돈을 잃어버린 학생은 연락하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노인 특유의 글씨체였다. 무슨 의미인가 갸웃하다가 교통지도를 도와 횡단보도에 늘 서 계시는 할머니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다 떨어뜨린 누군가의 돈을 발견하신걸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가까이 모여 있는 방사선의 드넓은 횡단보도 위에서, 주인을 찾아주고자 하신 할머니의 선의가 경이로웠다.

요즘 정직한 사람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는 어떠했던가. 정직의 가치가 무조건적으로 환대받지 못하고, 정직하면 손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식 속에서는, 용기내어 양심적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가, 오히려 조롱 받았던 김근태 의원이 늘 떠오른다. (아, 구닥다리 인간. 이 오래된 사례 밖에 떠오르지 않다니)

그래도 우리는 곤경에 처한 사람의 물건을 달려들어 가져가기보다 주워주며 도와주는 사람을 많다는 한국사회 아닌가. CCTV가 아무리 많아도 감시보다는, 타인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믿는 사회 아닌가? '정직하게 피땀 흘려 번'이 지루하고 별 볼일 없는 가치이고, 주변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패자인 듯한, 그런 열패감을 주는 사회는 아니어야겠다.

편법과 상술이 판치고, 정직의 가치를 불편해하는 사회는 절대 타인에게 진심어린 친절을 나눌 수도,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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