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를 향한 첫걸음

by comma


“인간은 자신이 만든 선택의 총합이다.”

— 장 폴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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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무엇을 먹을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누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지.


그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자주 뒤로 밀려나는 선택이 있다.


“오늘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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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그 질문 앞에서

늘 머뭇거리며 멈춰 섰다.

항상 뭔가 부족한 사람 같았다.


결과와 효율, 타인의 기대에 맞춰

내 가치를 측정하곤 했다.

나는 나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공부 잘하는 딸, 착한 딸,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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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외모,

좋은 성격까지 갖춘, 남보기에

‘좋아 보이는 나’를 만들기 위해

내 꿈과 취향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던 미술

가장 좋아했던 고전과 철학따위는

취미 이상으로는 존중받기 어려워,

내 삶에서 핵심적인 것은 되지 못했다.


꿈과 낭만보다는 돈과 성공을 좇아,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했던 대학생활.

호감을 얻기 위해 아름다운 외모와

매력적인 성격에 집착했던 순간들.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높은 기준과 완벽함을 요구하는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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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나를 계속해서 맞춰나가며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자 애썼다.

나 자신을 상품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 어쩔 수 없지… 나만 힘든 건 아니잖아 ’

‘ 내가 잘나질수록 사람들은 날 좋아해 ‘

’ 더 잘되면 행복해질 수 있어 ‘


갑자기 터진 코로나로

다양한 경험들은 거의 못한 채로

그렇게 대학생활이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점점 지쳐갔다.

전문직을 꿈꾸며 선택한 전공도

나를 위한 결정이라기보단

보다 ‘안정된 길’이라는 부모님과

사회의 기준에 맞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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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잘되는 경영학 전공을 선택했다.

전문직이 되고 싶어 회계사를 꿈꿨다.

그렇게 달리다 결국 나는 멈췄다.

그리고 4학년, 뒤늦게 시작한

심리학 복수전공, 독일 교환학생,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


그다지 주변으로부터 지지받는

현실적인 선택들은 아니었다.


“4학년에 교환학생? 독일에서 취업하게?”

“그거 해서 나중에 뭐 하려고?”

“차라리 공학을 복수전공하지 그래?”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그냥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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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 인생이 쉽게

흘러가게 된 건 아니었다.


미래는 여전히 막막했고,

앞만 보고 달리던 주변 사람들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다.


나는 졸업을 앞두고

늦은 방황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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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는 채로 진로 탐색을 다시 시작했다.


일단은 자격증 공부도 하고

인턴, 취업, 창업, 유학 준비 등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며 나름 바쁘게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SNS에 남들처럼 행복하고 완벽한

모습만을 올리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갓생 사는, 핫플 속 내 모습들을 계속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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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에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무기력, 불안, 번아웃이 있었다.

그리고 SNS 속 사람들과의 비교.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고 흔들릴까?”

“나는 언제쯤 편안해질까?”


잘해야 괜찮은 사람.

아름다워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

늘 그런 조건 속에서

나는 나를 평가해 왔다.


나름대로 스스로 자기 객관화

가 잘 되고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 장점이긴 하다.


그런데 그런 자기계발서에 적힌

스스로에게 엄격한 방식으로는

나를 사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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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이뤄도 허전했고,

누군가의 칭찬도 금방 사라졌다.

부족한 점은 계속 생겼고

갖추어야 하는 기준은 높아졌다.


어느새 나는 비난엔 쉽게 상처받고,

어떤 것도 시작하기가 두려워졌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허무했다.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모습‘ 을 보여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점점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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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의 끝에서, 내가 집착했던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목적지 없이 계속 걸었다.


물소리, 꽃냄새, 오리의 움직임

자연이 주는 위안 속에서

나는 진심으로 깨달았다.


사랑은 조건을 채웠을 때

주어지는 보상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 자체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걸.


무조건적인 사랑, 어쩌면

항상 바라왔던 그것을

내가 나 자신에게

아낌없이 줘보기로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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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을 때도,

상처받았을 때도,

남과 비교되어 작아진 날에도.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나 자신을 선택하자,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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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은 시도가 쉬워졌다.

하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졌다.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이 좋아졌다.

나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생겼다.


누가 뭐라 해도 마이웨이가 가능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고 싶어졌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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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누군가에게 철학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조용한 독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흔들릴 때마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기 위한 문장들이다.


내 문장들이 흔들리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