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머물기
“행복은 감정이다. 그리고 감정은 존재의 가장 정직한 반응이다.”
―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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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생각보다 단순한 감정이다.
뭔가를 꼭 이루지 않아도,
특별한 일이 없어도
문득 스며들듯 찾아올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따뜻한 커피잔을 손에 쥐었을 때,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그런 조용한 시간 속에서
살짝 풀어지는 느낌이 든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
그 머무는 감정이 행복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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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행복을 인생의 목적처럼 생각한다.
어떤 목표에 도달해야
비로소 가질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무언가를 얻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순간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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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무언가를 손에 쥐었을 때보다,
문득 그 손을 놓고 싶지 않을 때
찾아온다. 그냥, 이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
우리는 이미 행복이라는 감정 속에 있다.
행복은 누군가와 웃는 눈빛일 수 있고,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일 수 있으며,
비 오는 날의 침묵일 수도 있다.
그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내가 내 감정을 잘 느끼고 있는
인지감각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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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재밌는 일에 몰입하는 시간들 속에서
어느 때보다 마음이 즐겁고 편안할 때였다.
거창한 이유 없이 웃음이 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위로받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 자신으로도 괜찮다’고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행복은 감정이고, 감정은 느끼는 것이다.
좋은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결국 더 자주 행복하다.
크게 기쁜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주 마음을 살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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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건조한 문장처럼 흘러간다.
행복은 문장에 쉼표를 찍듯,
감정의 호흡을 허락하는 사람에게 머문다.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작고, 조용하고, 사적인 감정이다.
• 내 마음이 평온한 날
• 남과 비교하지 않는 순간
•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던 저녁
그런 감정들이 우리 삶에 남아
‘잘 살았다’는 확신보다,
‘좋았다’는 기억을 남긴다.
행복이라는 추억의 일기장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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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을 더 자주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하고,
그 안에 따뜻하게 머무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어쩌면 가장 확실한
행복 훈련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기분이 좋았던 순간을
더 자주 기록하려 한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까지는
잘 알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좋았다고 느꼈던 순간,
그걸 기억하는 일 자체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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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결국 느끼는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감정이다.
순간의 감정을 알아채고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매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오늘 나는 내 마음의 온도를 살펴본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지금 이 감정이 조용히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충분히 괜찮다.
이 순간에 머물고 싶다.
참 행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