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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n 17. 2024

시어머니와 로봇수술

나는 결혼해서 10년간  시어머와 살았다. 지금은 분가해서 살고 있지만 같이 살았을 때 에피소드를 여기서 하나  소개하고 한다.




시어머니는 기본적으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상을 영위해 나가는데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그런 신음소리를 들으나까지 우울해져서 보통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 식사를  빨리 끝내고 무조건 어디론가 간다. 동물원, 박물관, 전시회, 재래시장 맛집 탐방, 이도 저도 안되면 인터넷에서  3일장이나 5일장을 여는 곳을 찾아 차를 타고 그냥 달린다.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온종일 이어지는 시모 신음소리를 피해서 도망가는 것이다. 심지어 암투병 중인 친정어머니 집에 가서 낮잠을 푹 자고 나온 적도 많다. 즉, 일요일이 일요일이 아닌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집에서 나와 교회 갔다가  야심한 밤 11시 정도까지 여기저기 다닌다. 어쩔 때는 집에 방 침대에서  편히 그냥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간다. 우리가 집에서 쉬고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내가 방에서 편히 쉬는 걸 두 눈 뜨고 못 다. 말로는 '가 피곤한 걸 안다.'라고 하지만 나를 계속 쫓아다니며  하루 종일  신세한탄을 고 또 한다. 끝이 없다.




문제의 그날이 왔다.

몸이 피곤해서 저히 아이들데리고 나갈 수가 없어서  집에서 그냥 쉬기로 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키즈카페에  1~2시간 다녀오는 동안  일주일 밀린 잠을 청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방에 누워 있는데 어디선가 또 '아이고!'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는다... 아야, 너무 아프네... 흑흑흑..."



나는 방문이 닫혔는지  다시 확인했다. 시어머니는 늘 울음 섞인 신음 소리로 집 안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 그 소리가 익숙하긴 했지만  모처럼 쉬는 휴일 하루만은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아!... 아!.... 아이고! 아악!.... 흑흑흑..."



방문을 닫아도 시어머니의 신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이어폰을 가져와 귀에 꽂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약  10분이 흘렀을까... 막 잠이 들려는 찰나에 누가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시어머니였다.


"미야, 자니? 흑흑흑..."


"... 아,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저는 막 자려는 참이었어요."


"그래... 네가 아프고 피곤해 보여서 이런 말 하기 뭐 하지만...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어머니, 시간 뒤에 제가 조금  쉬고 난 뒤에  어머니 말씀 들으면 안 될까요?"


"아니, 내가 급해서... 그래... 흑흑흑... 미안해. 흑흑흑..."



"... 휴, 말씀해 보세요."


시어머니는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어제도 침대에서 못 일어났어, 그래서 아는 친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그 친구의 남편이 최근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셨걸랑.  글그 수술이  000 00 로봇수술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수술하고 나서도 통증이 하나도 없고 지금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하더라고... 흑흑흑... 얘, 너 혹시 천만 원 정도 빌려줄 수 있니? 그  로봇으로 하는 수술이 천만 원이 넘는다더라... 얘... 돈이 없으니 그런 최신수술도 못 받게 생겼구나.. 아이고, 내 신세야..."


"... 어머니. 저희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운 거 아시잖아요?  베이비시터분도  얼마 전에 그만두셨잖아요? 저희가 형편이 어려워져 월급을  더 이상 못 드린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런 최신 기법의 수술은  시간을  가지고 조금 기다려 봐도  나쁘지 않아요."



" 아니, 내가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리지. 내가 너무 아파서... 그래. 예전에 받은 수술이 잘 못 된 것 같다. 다시 재수술을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래.  네가 보기엔 내가 안 아파 보이겠지만 난 정말로 아... 파."



"어머니, 제가 그 이야기를  수 천 번도 넘게  들었어요. 아무튼 수술  이야기는 다른 가족들하고도 상의해봐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니,,, 집안 형편이 안 돼서 내가 000 00 로봇 수술을  못... 하... 는... 구... 나... 흑흑흑..."



모처럼 쉬는 일요일, 아침부터 계속 우는 소리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무슨 로봇 수술을 들고 와 지금 당장 받아야 하겠다는 데  말이지 눈이 뒤집혔다.


"어머니, 갑자기 천만 원이 넘는 로봇수술을 어디서 듣고 오신 지 모르겠지만 금 당장 안 받아도 되잖아요? 의사가 당장 하라고 권유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 좀 쉬고 이야기하자는데 왜 자꾸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아니, 내가 너무 아파서 그래... 너는  내 상태를 참 모른다... 흑흑흑..."


"어머니! 모르긴 뭘 몰라요? 아프다는 소리를 10년을 들었어요! 객관적으로 어머니가 진짜 아픈지도 못 믿겠어요! 저는 기력이 달려서 여름에 땀이 나도 샤워도 못 할 정도예요. 어머니는 목욕탕에 가서 2시간이 넘게 때를 밀더구먼요. 힘도 넘치시 것 같아요."


"에미야! 넌 어쩌면 말을 그렇게 하냐? 난 그 로봇수술을..."


" 그 로봇수술 이야기 그만하세요! 가서 아버님이랑 상의하세요! 저 잠 좀 자고 이야기한다는데 자꾸 '로봇수술'타령이세요?"


"... 그... 만... 하... 자.... 흑흑흑... 난 자식들이 돈이 없어서 로봇 수술 이야기도 못하는구나... 흑흑흑..."


"... 아... 진짜... 저한데 도대체 왜 이러세요?"


결국 난 집에서 입는 홈웨어 차림으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키즈카페로 놀러 가서 그 시간을 이용해 잠깐 잠 좀 자려했더니만 이게 뭔 일인지.......


그날 찜질방으로 가서야  피로를 풀 수 있었다. 그 뒤로 시어머니는 그 로봇수술 이야기를 천 번도 더 했다. 늘 그렇듯이 자식들이 돈이 없어서 당신이 그 로봇수술을 못 받는다고 울면서 말이다.


응급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반 수술도 아니고  외국에서 갓 들어온 고비용의 최첨단 로봇수술을 하고 싶은데 당신 자식들이 형편이 안 돼서 수술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토로해서 양자 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시어머니께  묻고 싶다.

"어머니... 저, 잠 좀 자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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