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감정이 복잡해질수록 말을 줄인다.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긴다.
여자는 그 침묵 속에서 불안해진다.
'나에 대한 마음이 떠났구나.'
하지만 남자의 회피가 언제나 연인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건 감정의 과부하를 피하려는 방어기제다.
남성은 감정을 대화가 아닌 '거리'로 표현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그것을 정리하기보다는 물리적, 정서적 후퇴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은 감정을 외면하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자기 조절의 시간이다.
문제는 여성이 그 침묵을 '관심 없음'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결국, 남자의 '자기 보호'와 여자의 '관계 불안'이 부딪히며 관계는 엇갈린다.
남성의 회피는 그의 그림자(Shadow)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림자는 억눌린 감정, 두려움, 수치심 같은 내면의 ‘감정적 약함’을 품고 있다.
남성은 어릴 때부터 사회적인 강함을 요구받으면서 연약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라며 감정과 거리 두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감정을 자극하면 본능적으로 도망친다.
그건 단순히 상대를 피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의 약점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는 사랑하지 않아서 멀어진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무력감, 수치, 통제 상실감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물러서고 침묵한다.
그러나 회피가 장기화되면 관계는 파국에 치닫는다.
감정을 직면하지 못한 사랑은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
남성의 회피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회피에 대한 정당화가 아닌 남성 심리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시도다.
남성은 감정을 직면하기보다 내면에 눌러두는 경향이 있다.
이 차이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표현 방식의 차이로 보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의 방식에 대한 인식과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