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함이라는 페르소나가 감추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
'그에게 모든 걸 맞추며 헌신했지만 결국 사랑받지는 못했다.'
연인에게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착했던 여성들이 이별 후, 주로 하는 말이다.
누구보다 노력했고, 배려했고, 다 주었는데
왜 결국 사랑은 실패로 끝나버린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착함’은 내 진짜 감정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버려지지 않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가면을 쓴 것이다.
보편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관계지향적이며,
타인의 감정에 조금 더 섬세하게 반응하도록 타고나는 경향이 있다.
그와 같은 기질은 “배려심 있다”, “분위기를 잘 파악한다”, “예쁘게 말한다” 같은 사회적 칭찬으로 이어지고
그런 수용적인 태도는 자연스럽게 ‘좋은 여자’의 모습으로 학습되며,
여성은 그런 태도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착한 행동들은 연애 안에서도 갈등을 피하고, 감정을 조율하고, 맞추는 것이
사랑의 방식이라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착함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자 거절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고려하게 되는 건,
진짜 착해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의식적인 생존전략인 것이다.
늘 상대에게 맞춰주고, 속상해도 괜찮은 척하며
상대에게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한 채, 배려만 하다가 지치는 사랑.
그런 사랑은 상대에게는 편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서로를 마주 보는 수평적인 관계로는 나아가기 어렵다.
그녀는 늘 자신을 감추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결국 상대도, 자기 자신도 그 관계 안에서 진짜 감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역할과 가면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른다.
착한 여자 전략은 이 페르소나가 ‘나의 감정’과 ‘관계의 안정’ 사이에서 갈등을 피하는 방식이다.
*페르소나(가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응하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형성된 사회적 인격
문제는, 이 페르소나가 오래 지속되면
내 감정, 내 욕망, 내 경계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즉, 착함이 진심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 위에 세워진 방어일 때 관계는 결국 무너진다.
사랑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착하게 하는 행동은 결국 모든 것을 망친다.
좋은 관계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 애쓰는 관계가 아니라,
부족한 나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좋은 여자가 되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야'
'갈등을 피하면 떠나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들은 처음엔 나를 지켜주는 것 같지만,
결국 나와 관계를 모두 무너뜨리며 나 자신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만든다.
사랑받기 위한 착함은 결국 내 안의 불안을 감추기 위한 언어이다.
내가 갈등을 피하고, 감정을 감추고, 원하는 걸 말하지 않는 건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인 것이다.
그 두려움은 결국, 나를 사랑에서 더 멀어지게 만든다.
ps. 착하기 위해 억눌렸던 감정은 '그림자'가 되어 마음속 어딘가에 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