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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이군 (不事二君)

by 이병철


不事二君

두 임금을 모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21세기에 이런 귀절을 되뇌이게 만드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민주공화정에서 임금을 거론하는 것이 마치 양복에 고무신을 신은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 오늘날 우리 면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태는 과연 그가 관록의 그 사람인가 싶을 정도이다.

그에 대한 의구심은 얼마전 한동훈과 나란히 정무를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는 기자회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당시에 반헌법적 처신에 동조하는 행태를 많은 사람이 비난했지만 그때는 그냥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넘어 갈 수 있었다.

허나 이번 특검과 헌재 재판관 임명을 마냥 미루는 모습에서 그의 정신세계 또한 온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아 마땅하다.


윤석열의 미친 짓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마당에, 불사이군을 외치는 듯한 언행으로 말미암아 하바드 출신 엘리트 관료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만 것이다.

숭고한 뜻을 향한 순교자의 길을 가고자하는 것도 아니요, 현실의 알량한 이해득실에 집착하는 졸장부의 모습 그 자체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조속한 국정안정이다.

쿠데타에 실패한 현행범을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처벌하고 국정 공백을 메우는 데 매진하는 것이 그것이다.

정치꾼들이 이해타산에 골몰하는 동안 진행되는 국정혼란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잖은가?


심지어 무속에 빠진 수뇌부와 결을 함께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천공과 건진법사, 아기보살 그리고 덕수보살까지 나올 지경이다.

무속 신앙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려면 국민들에게 호소하여 국사직 (國師職)을 공식화하여 책봉식을 통해 투명한 절차를 밟기를 바란다.

신돈의 부활인가?

율리우스 시이저는 유피테르 대사제와 로마 최고신관의 지위에 있었고 종교적 행사를 준수하였다.

무속에 의존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한다면, 겉으로 쉬쉬하기보다 아예 공식화하여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보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국민적 공감이 없이 결국엔 무속인이 권유하는 대로 따라 결정할 것인데 굳이 비밀스럽고도 은밀히 진행할 필요가 있겠는가?


손바닥에 王字를 쓰고 방송에 나와도 버젓이 당선이 되는 나라에서 무속을 공식화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될소냐?

대통령 내외 그리고 국무총리까지 신봉하는 무속과 심령의 세계를 나같은 하찮은 미물이 어찌 평가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차고 넘치는 것이 의사요, 법조인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기존 종교들이 정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에 왔다면 무속과 심령의 세계를 연구하는 것이 미래 유망직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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