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리콘 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얼마 전 접한 유발 하라리가 그린 [호모 데우스]의 세상 중심에는 AI가 있다.
神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지렛대이자 발현되는 실체로서 AI의 전개는 다가오는 미래 세계의 중심에 있다 할 것이다.
저자인 리카이푸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경험하고 직접 구현한 자신의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AI 세계의 전개 과정과 미래를 향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후반부에 기술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은 그가 사회과학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개인적 의견으로 받아들이고자 했고, 이 책의 핵심적 내용은 AI에 관한 그의 통찰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AI에 대한 이해를 위한 키워드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대한 개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나 자신도 정보통신에 몸담고 있지만 상기 두 개념에 대한 접근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허나,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개념적 지식만 있으면 AI에 대한 이해에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명시적인 프로그래밍 없이 예측 또는 분류를 수행하는 기술로서 사람이 소위 Feature라고 하는 특징적인 요소들을 직접 설계를 하고 이에 따른 알고리즘으로 일을 수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고양이를 예로 들면 고양이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나열하여 입력을 한다. 그리고 그 특정적인 요소에 해당할 때 AI는 고양이를 인식하게 된다.
반면에 딥러닝은 인간 뇌의 신경망을 본뜬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자동 학습하는 방식이다. 고양이의 특징을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도록 많은 양의 데이터를 입력하여 스스로 고양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살면서 무수히 많은 고양이를 보아왔고 심지어 TV를 통해서도 고양이를 접해왔기에 굳이 고양이의 특징을 분석하지 않아도 우린 고양이의 생김새와 울음소리를 바로 식별할 수가 있다.
머신러닝은 상대적으로 적은 데이터를 요구하기에 처리 방식도 비교적 단순할 수 있으며, 반면에 딥러닝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복잡하고 다층적인 처리 구조를 가지기에 계산 량이 많은 알고리즘을 통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과 중국의 AI경쟁 양상과 예측이라 하겠다.
리카이푸의 논지에 따르면 인터넷의 보급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시대가 열렸고 중국 또한 이를 받아들여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과 소프트웨어는 당연히 미국 주도로 이루어졌으나 미국의 IT 거대 기업들은 중국에 입성하여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된 지금의 상황을 다음과 같은 원인에서 찾고자 하며 이는 바로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를 맞아 중국과 미국의 미래 대결을 예측하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
“무엇보다 딥러닝의 불씨를 지핀 것은 서구이지만 불붙은 AI가 만들어내는 열기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세상은 두 가지 시대적 변화를 맞이했다. 세상은 발견의 시대(age of discovery)에서 실행의 시대(age of implementation)로 바뀌었고, 전문지식의 시대(age of expertise)에서 데이터의 시대(age of data)로 바뀌었다.”
이 말은 수 백 쪽에 달하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실행의 시대이자 데이터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실행의 의지와 경험이 풍부한 중국이 강점을 가질 것이고, 실행의 과정에서 광대하고 광범위 적으로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量)에서 중국은 미국의 추적을 불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터는 다시 딥러닝의 핵심적인 자원이 된다는 논리이다.
예를 들어 AI를 작가는 토마스 에디슨이 전력 실용화에 성공한 전기에 비유했는데, 전기 그 자체로도 기술 혁신이었지만, 이것을 응용할 수 있게 되면서 수십 개 산업에 혁명이 일어난 사례를 들어 앞으로의 전개될 상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즉 발견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 전환될 것임을 확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카이푸는 미국과 중국의 AI 기업 환경의 큰 차이점을 지적한다.
미국은 연구실 혹은 실험실에서 최대한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무지막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시험용 제품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할 것이고 이를 위한 수습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의 모방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사고 사건들에 대하여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해주는 분위기이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차량의 경우 테슬라는 시장 출시에 수많은 제약이 있는 반면 중국정부의 사고는 이와 결을 달리한다. 즉 완벽한 것이 좋은 것의 적(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완벽한 자율주행차량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통제된 환경에서 제한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들을 더 많이 배치하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이런 전개에는 누적되는 데이터가 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여기에 힘입어 AI의 힘도 같이 발전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따르게 된다.
이외에 언급하고 싶은 중요한 FACTOR가 있다. 바로 모방(COPYCAT)에 관한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남의 것을 모방하는 짓은 원 창작자에 대한 큰 결례이자 손실을 끼치는 것이기에 이를 정부에서 통제하고 법적으로 특허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COPYCAT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경우 회복할 수 없는 불명예의 낙인이 찍히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시장 중심적 사고가 지나치게 발달되어 모방을 묵인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리카이푸의 표현을 빌리면, 규칙이 따로 없는 검투사로서의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리카이푸가 제시하는 중국 AI 기술의 희망찬 미래는 종합적으로 볼 때 풍부한 데이터, 굶주린 기업가, AI 과학자 그리고 AI 친화적인 정책 환경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미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 질서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AI 기술의 구현을 소위 네 가지 물결이라 명명하는데, 그 분야는 다음과 같다.
1차 물결은 인터넷 AI이다.
인터넷 접속과 동의 횟수 등을 파악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와 광고를 선별하는 알고리즘으로 그들을 인터넷 중독으로 유도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업들의 지갑을 부풀려 주게 될 것이다.
2차 물결은 기업 AI 분야이다.
비즈니스 분야로서 기업의 재무, 운영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데 활용이 될 것이다. 또한 은행의 대출 심사 자동화, 병원의 진단 보조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3차 물결은 지각 AI (Perception AI) 이다.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분야이다.
얼굴 인식, 음성 인식, 자율주행 그리고 스마트 시티 건설에 활용될 것이다.
4차 물결은 자율행동 AI (Autonomous AI) 이다.
인식 AI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이다. 기계 혹은 로봇이 시각과 촉각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기계들이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의 수는 극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상기 4개의 물결은 실제 구현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간의 균형을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1차 물결인 인터넷 AI는 현재 중국과 미국이 5 : 5 수준인데 향후 5년 뒤에는 6 : 4 로 중국이 우세할 것으로 예측된다.
2차 물결인 비즈니스 AI는 현재 1 : 9 이나 5년 뒤에는 3 : 7로 여전히 미국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3차 물결인 지각 AI는 현재 6 : 4 로 중국이 우세하며 5년 후 8 : 2 로 중국이 압도할것으로 예상된다.
4차 물결인 자율 AI는 현재 1 : 9 로 미국이 압도적이나 5년 뒤에는 5 : 5 로 양국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감히 예측하는 근거는 양국 간의 체제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중국 정부에서는 COPYCAT을 묵인하여 자체적으로 잔인할 정도의 경쟁을 촉발하고 국가 주도 하에 AI 기술 실행(Implementation)을 적극 지원함에 따라 타국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데이터의 축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정부든 지자체든 AI 기술을 대규모로 실행하고자 할 때 법규의 검토, 법이나 조례의 제정, 사업에 필요한 예산 확보, 타당성 검토 등에 수많은 세월이 흘러갈 것이다. 합리적 행정이지만 비효율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가 없다. 반면에 중국의 체제 하에서는 리더 혹은 관리자의 결정에 따라 무모할 정도의 신속한 결정으로 진행이 가능하고 그 최종 목적은 데이터의 축적에 있다고 할 것이다. 데이터의 축적은 다다익선이며 그것이 AI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실생활에 있어 현금이 거의 사라졌을 정도로 생활 전반이 디지털 화되었고 AI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이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테이터를 수집하여 나날이 그 힘을 비축하고 있다.
앞으로 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며, 이 틈바구니에서 우린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수립해야만 할 것이고 이의 성패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S
중국이 과연 미국에 필적할 정도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단적인 예가 딥시크가 아닐까 생각한다.
챗GPT와 비교할 때 비용과 성능에 있어 단연코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진나라 때의 상앙이라든지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처럼 중국 미래를 위한 장기적 포석을 두는 행정부와 세계 유수 대학에서 최고의 학문과 기술을 공부하고 돌아온 우수 인력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비단 AI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시점에 도달하는 모양새이다.
과연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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