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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Jul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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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는 뾰족하다. 그래서 자극에 민감하고 삐죽빼죽 모서리가 각져있다. 크는 동안 이곳저곳에 부딪힌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딪힌 곳이 깎여나가 점차 동그래지고 결국 원이 되고 만다. 그건 달리 말해 무뎌짐이라고들 한다. 어른이 되면 무뎌진다는 말. 무뎌짐?


 나의 무뎌짐은 송곳니다. 피곤할 때면 이따금씩 자다가 이를 간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턱을 힘껏 다물고 다니는 탓인지 심술 나있던 송곳니가 유독 마모되었다. 몇 해 전 오른쪽 송곳니와 맞물리는 윗 치아를 씌웠는데 원래 치아보다 경도가 셌나 보다. 마모된 채로 살아간다. 그러나 나의 마모된 치아는 다른 것들과 다름없이 음식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가끔은 시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자는 동안 이빨이 조금씩 갈려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 내가 보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뾰족한 게 숨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기왕이면 깎여나간 것보다 둥글어진 걸로 하고 싶다. 둥글어져서 서로 품게 된 것으로 하고 싶다.


 둥근 원은 적은 힘으로도 더 많은 길 위를 누빌 수 있다. 동네 학교 직장 등 잔뜩 뻗어나가며 서로의 궤도가 겹쳐 교집합이 생기기도 한다. 겹쳐지는 곳은 조금 더 진한 색.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자주 찾아 먹게 되지만 처음 먹었을 때의 기쁨보다는 분명 덜하다. 하지만 다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 어른이 되며 무뎌진다는 말은 ’여러 번 시도해 본 이‘라는 증표 같기도 하다. 둥글고 무른 몸으로 강한 마음이고 싶다.


 혀로 송곳니 윗부분을 자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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