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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Jul 15. 2024

단상


사람과의 대화가 좋아서 일부러 길을 물은 적이 있었다

너무 편리해져 작은 세상으로 온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길을 물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저기 달려있는 건 실물일까 허상일까

입을 대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지


가로등. 도시의 달님들에게 소원을 빌었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나는 사계절 중 여름의 선호가 가장 낮은데 그럼에도 완전한 불호라 하기 힘들다는 나름의 근거를 찾았다 모기, 높은 습•온도와 같은 여러 불청객들이 있지만 여름이 주는 청량감, 높디높은 나무들이 내가 보는 하늘을 가득 뒤덮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것은 위압감이 아닌 안정감이기에. 그들은 해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그의 품을 비용 없이 마련해 준다 그런 면을 생각하니 여름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서 계절, 물건, 사람 등의 만물은 참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수는 없음을 알았다 나 자신에게도 나쁠 때가 있는 게 나인데 모두에게 좋게 비치길 바라는 것, 타인에게 내가 주는 만큼의 마음이 되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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