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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Aug 24. 2024

습지의 메아리


말씀드리옵건대, 이는 존재에 관해 설명하옵는 글이옵나이다. 바라건대, 당신을 곱게 접어 연못 아래 깊이 놓아두고자 하옵나이다. 이끼가 가득 끼어버린 채로 저 밑바닥에 처박히어 숨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사람들 모두 한 번쯤 물밑을 살펴보려 하겠사오나, 결코 발견치 못하도록 단단히 박힌 채로 있으시옵소서.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 아니옵니까. 누군가 밟을 때마다 오도독 소리를 내며 상한 이를 뱉어내시옵소서. 이물감이 남은 물이 고이고 또 고이다 못해 마침내 썩어버릴 때가 되어야만 고개를 빼꼼히 내미시옵소서.


깊이 박힌 것은 후벼 파내는 법이옵나이다. 저, 난데없이 삽을 집어 들고 파헤치니, 갑작스러운 충격에 감았던 눈을 뜨시옵소서.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으시며 깊숙한 곳까지 현기증을 밀어 넣으시옵소서. 그리하여 비로소 살아계심을 깨닫게 되시는 것이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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