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미 멀리 와버린 거 아닐까.
바닥이 휘어가고요, 출발선을 위해 유령을 호명합니다.
저는 목소리를 내면서 점점 작아져요.
거기 있니, 물을 때에는 없는 것들이 많네요.
더하지 않기로 정한 시간부터 결심이 많아집니다.
너무 쉽게 머리가 희고, 누군가는 눈물 흘려요.
경계선에 선 사람이기로 시작한 순간부터.
경계란 무엇일까요. 저는 물어보지도 않고 정의를 내렸어요.
선을 따라 걷다가 어쩌면 추락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닥은 우리가 살아가는 중력의 중심일까요.
발끝으로만 닿을 수 있는 상상의 무언가일까요.
손을 뻗으면 잡히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비명을 지를 용기가 없어서 목소리도 날아가 버렸고요.
이름을 부르면 나타난다고들 하지만,
저는 이미 아무 이름도 기억할 수 없어요.
유령들은 오지 않았어요. 그저 공백만이 흘러들어왔어요.
출발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시작조차 없는 세계에 도착해 있을까요.
모두가 무언가를 잃은 채 서 있는 그 경계 위에서.
끝내 발걸음을 멈추지 못할 거예요.
멈추는 순간이 온다면,
도달이 아니라 소멸일지도 몰라요.
경계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항상 무겁고, 동시에 가벼워요.
위태로운 균형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