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가 울리면 아침이 시작되지

by 청유



빛으로 연결된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실한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너는 묻는다. 날씨에 비춘 마음의 개입과 떠오르는 언어들을 뒤로한 채 걸어갈 수 있어? 차변에 지속적으로 뛰어들며. 나는 꿈꾸던 서재라거나 레코드판을 들여놓기에는 아주 작은 방안에 있었다.


엄마, 책을 계속 읽어주세요. 다음권도, 이다음권도.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마저 읽자.

장난꾸러기 요정들은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대. 그래서 아침을 숨겨버리면 어쩌죠.


나의 어떤 때와 다르지 않은 아이들이 공원에 모여서 공을 튀기며 놀고 있고, 개중에는 손거울을 보는 여자아이들도. 아이들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네가 이런 말 했던 거 기억해? 내가 그랬던가. 이제는 어제의 일도 가물가물하다.


독립영화에서 섹스와 담배와 욕설이 즐비하던 걸, 그 불쾌함에서 담갔던 발을 잠시 빼보았을 적에. 나는 나를 잃었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여전히 슬레이트를 치고 있다.


상실이라는 단어가 가끔은 사무치게 느껴진다. 연은 슬픈 이야기를 잘한다.

그래서 연이라고 불렸으면 해. 미안, 잘 못 불렀어. 그 말을 듣고 싶어서 부탁한 게 아닌데.


우리는 두려움을 느꼈다. 속옷만 입은 채로 연회색 이불 속에 들어가서는, 서로를 꼭 껴안고. 너의 손이 차갑다. 나의 몸이 뜨거우니 충분했지. 응, 조금만 더 이렇게. 사랑은 그런 것이지 중얼거리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기를 바랐다. 기어이.


작가의 이전글겨울은 매운탕을 잘 익히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