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엉망이야. 그깟 음료 하나 사는 데에도 고민을 하게 돼. 마음을 너무 담지는 말아야지, 음료 성분에 네가 겪는 알레르기는 없나. 천삼백 원짜리가 뭐라고. 빨대의 비닐포장을 벗기지 않고 손에 쥐었어. 벤치 아래서 다리를 앞뒤로 흔들면 여름비가 내려.
서서히 손목을 돌리면 얼마쯤 이곳에 있었을까. 가끔 옆자리에 사람들이 앉았다 갔어. 어떤 사람은 내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를, 걔랑 똑 닮은 강아지를 데리고 왔지. 또 어떤 사람은 그네를 잘 타느냐고 물었어. 아, 누구는 비가 오는 날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었어. 나는 그때마다 더 거센 여름비를 내렸어.
어떻게 그렇게 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거지. 눈을 흘기며 사람들을 쳐다봐. 어디서 심장이 깨진 돌처럼 굴렀어. 데굴데굴. 정직하게 소리도 내면서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껌을 씹고 있었지. 얼마나 오래 씹었던지 턱이 점차 뻐근해 오더라고. 퉤 하고 뱉었는데 하필 심장에 철썩 붙어버렸어.
뭐 묻는 거 딱 질색이야. 놀이터에는 모래가 많았어. 모래는 아주 오래전에 돌이었대. 전부 다. 껌 위로 모래를 덮었어. 이러나저러나. 다시 구르면 서걱거려.
긴 밤동안 모래가 되었어. 그제야 보고 싶던 얼굴을 봤지.
너는 엉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