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 16일 (7, 8일차)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 둔 일본 시외버스를 타고 공항이 있는 도쿠시마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8시 30분에 탑승해야 하는 버스였기에 일찍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하루에 버스가 2대뿐인데, 아침에 탑승하는 버스가 아니면 저녁에 가는 버스였고, 도쿠시마도 하루는 구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선택했다. 20분 전에 승차장에 도착을 했고 앞에 다른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들을 지켜보았는데, 메일로 미리 배정받은 좌석번호를 이야기하면서 탑승 확인을 하는 것을 알았다.(일본 시외버스는 인터넷 예약제로 남녀의 구분을 위해 사전에 좌석을 지정받는다.) 30분이 되어 자연스레 캐리어를 싣고 좌석번호는 말한 뒤에 탑승을 했다. 버스는 2-2 좌석이 배치되어 있는 일반버스였고 신기한 건 맨 뒤에 화장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았기에 화장실이 존재한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도쿠시마까지의 예상 시간은 3시간이었고 일본에서 처음 타보는 시외버스였기에 구경을 하며 재미있게 갔다.
도쿠시마에서의 오늘 일정은 도쿠시마역에서 버스로 1시간 이동을 하면 있는 '오츠카 국제 미술관'이라는 곳인데 전 세계의 유명 미술작품을 가품으로 전시를 해둔 공간이었다. 입장료는 3,300엔으로 높은 편에 속했지만 가보고 싶었던 이유가 2024년 11월에 2일간 로마를 다녀왔었는데 그때 바티칸 교황청에 들어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관람을 했었다.(작품의 훼손을 방지하지 위해서 그 장소에서는 말도 할 수 없고, 사진도 찍을 수 없다.) 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가품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작품의 웅장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 일정을 계획했다. 또 미술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오나루토교'라는 다리는 만날 수 있는데 '나루토해협'을 지나는 다리로 나루토라는 단어답게 해협에서 소용돌이가 많이 발생한다. 오나루토교는 스카이워크처럼 바닥이 투명한 곳이 존재해서 바다를 바로 위에서 볼 수 있게 되어있는 곳이 있었다. 하여, 오늘의 일정을 이렇게 2곳으로 잡았다.
도쿠시마역에 곧 도착을 하고 나는 오쓰카국제미술관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려 했는데, 미술관이 오늘 휴무라는 것을 발견했다. '평일이고 전혀 휴무할 이유가 없는 날인데, 그리고 오늘 그거 말고 할 게 없는데 휴무라니?'라는 생각으로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어제 14일부터 10일간 휴무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오늘 일정을 이것만 바라보고 왔고, 입장료를 포함해 2끼의 식사비용을 맞추어 돈도 남겨 왔건만 모든 것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 버스시간도 제대로 알아봤기에 점심식사도 주변에 편의점에서 빠르게 먹을 예정이었는데, 모든 계획이 멈추게 되었다. 일단 도쿠시마역에 도착을 하였고 하차를 하였다.
그리고 점심시간이었기에 주변에 음식점을 찾았고 가까운 곳에 도쿠시마라멘이라는 곳을 발견했고 일단 들어갔다. 모를 때는 제일 비싼 메뉴가 좋고, 역시 공깃밥도 1 공기 주문을 했다. 날계란 1알이 무료로 같이 나왔고 라멘에는 차슈뿐 아니라 소불고기처럼 얇은 고기도 들어있어 계란에 찍어 일본전골(스키야끼)처럼 먹기 좋았다. 기본제공 반찬으로는 살짝 데친 숙주나물이 있기에 맛의 신선함을 올려주며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식사 후에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일단 숙소로 이동을 했다. 숙소의 체크인은 15시이지만 13시쯤 들어갔고 로비에 널브러진 도쿠시마의 여행 팸플릿을 보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는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고 마음에 드는 곳은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많은 고민을 하다 마지막날은 푹 쉬기로 결정을 내렸다. 14시에 사장님이 도미토리 방을 안내해 주었고 벙커 침대에 들어가서 쉬었다.
숙소에 오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 장어덮밥 가게를 봤던 게 생각이나 검색을 해보았고 가장 저렴한 메뉴가 1,600엔이었다. 곧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고 미술관도 안 가게 되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기에 저녁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 일정은 카레 체인점을 가는 것었다.(겨울메뉴로 수프카레를 판매한다고 했다.) 여유가 생긴 김에 맛있는 장어덮밥을 먹을지 쉬는 동안 고민을 했고 원래 계획대로 카레 체인점을 방문해서 수프카레를 먹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해는 금방 달에게 자리는 내주는 겨울이기에 해가 아직 있을 때 빨리 먹고 빨리 편히 쉬기로 결론을 내렸다.
예정대로 수프카레를 주문했고 매운맛이 20단계까지 있는 것을 보았다. 매운맛을 즐기는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5단계부터는 추가금이 붙었고 타협점으로 10단계의 매운맛을 주문했다. 메뉴는 금방 나왔고 첫 입을 먹었는데 많이 매웠다. 잘못됨을 직감했다(핵불닭볶음면정도 느낌이었다. 두피가 슬슬 '나 땀샘 연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이 정도의 매운맛은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매운맛을 정말 잘 먹는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주방에서 20단계를 넣어준 것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는 매운맛이었다. 차분히 앞에 있는 장아찌에 손이 갔고, 다행히 많지 않은 양으로 금방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속에서는 화재라도 난 것처럼 자극이 전해져 왔고 진압을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야끼소바 컵라면과 돈가스로 2차전을 치렀고 이번에는 너무 배가 불렀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땅거미가 깔리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고 그냥 바로 침대로 들어가 쉬다 잠들었다
일정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휴식을 취한 날이었다.
16일 마지막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비행기는 13시 05분 비행기이다. 분명히 인천공항에서 연착되어 출발할 것이 뻔했고, 그 여파로 도쿠시마에서 출발하는 것도 지연될 것을 알았다. 하지만 3주간 혼자 여행을 하면서 일찍 도착해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체감했기에 오전 10시에 공항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공항에 도착을 해서 사람들을 따라 이동을 했고 빠르게 수속카운터를 통과했다. 계단을 따라서 올라가니 바로 입국심사장이 아니라 식당가가 나왔고 오전에 숙소에서 나오면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고 왔기에 바로 보안검색대로 이동을 했다. 빨리 왔기에 보안검색대에는 나 혼자였고 보안검색대에서 5~6명의 직원이 캐리어의 모든 물건을 꺼내어 캐리어를 텅 비울 정도로 구경하는 느낌으로 확인을 했다. 그렇게 검사를 받아본 경우가 처음이라 괜히 기분이 나빴지만 꼼꼼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대충 갈무리한 후에 출국심사까지 마친 후에 탑승구로 올 수 있었고, 그곳에서 다시 어질러진 캐리어를 정리를 시작했다. 신고 있던 운동화도 편하게 슬리퍼로 갈아 신고 충전 콘센트가 있는 의자에 앉아 대기를 했다.
비행기는 역시 1시간 지연이 되었고 기다리는 것은 이제 일상이었기에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탑승 시간이 되었고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1등으로 탑승을 하였고 3-3열 비행기에서 가운데 자리는 비워진 채 편히 비행을 하여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이렇게 일본여행이 종료되었다.
여권을 보니 이번 여행이 일본의 11번째 방문이었다. 혼자서 떠나 본 첫 일본여행이었고, 또 마음대로 모든 것을 다 해본 첫 일본이었다. 문득 '일본에 몇 번을 더 가야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스스로에게 들었다. 일본여행에 대해 떠올리면 아직도 가고 싶은 장소가 한 손이 넘어갈 만큼 원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언제든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닌 시간을 내서 떠나야 하는 해외여행이라서 더 희소성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일본의 문화재를 볼 때마다 가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내가 12년간 배워온 일본의 침략의 역사에 반하여 끓고 있는 국뽕의 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럼에도 좋은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고 좋은 관광지를 가지고 있는 일본이 재미있다. 다시 일본을 방문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갔었을 때보다는 더 일본어가 늘어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 더 재미있을 테니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마치면서 혹시 여러분은 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일본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