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
you're ma heart heart heart heart heart breaker
내가 뭘 잘못했는지
GD의 히트곡 '하트브레이커'는 발매 후 대히트를 쳤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를 만큼 GD뿐만 아니라 소녀시대 빅뱅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 중 하나로 꼽힌다. 중학생 시절 어느 곳을 가더라도 GD의 노래가 들리고 TV를 틀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그가 나왔다. 반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따라 부르고 mp3에 GD 노래를 담아와서 같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노래였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GD가 밉상처럼 보였다. 당연히 남자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노래는 주제로 자주 등장했는데, 가장 친한 친구가 GD는 화장을 해서 여자 같다는 말에 쉽게 동의를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한적은 없지만 대중들의 평가보다 내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나게 험담을 하고 나니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유 없는 미움은 커져갔다. 그렇다고 악플을 달지는 않았지만 GD를 좋아하는 여자인 친구들과 쉽게 언쟁을 하기 일쑤였다. 도대체 나는 왜 그랬을까?
그 당시에는 몰랐던, 아니 외면했던 나의 감정은 단순했다. 반 친구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것이 질투가 난 것이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그래서 GD를 욕하는 친구의 말에 쉽게 동감이 되었고 그를 욕하는 것이 마치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은 점이 있다는 것으로 느껴져서 더욱 헐뜯었다. 그에 대한 논쟁 중에 질투 나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말에 더욱 짜증이 났던 이유는 나의 열등감 때문이었다.
내가 저렇게 생기고 재능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수들의 노력을 무시한 채로 그들이 이뤄낸 결과물을 쉽게 얻는 상상만 하며 능력 없는 스스로를 외면했다. 그렇다고 능력을 키운다고 노력하지 않은 나... 과거로 돌아가서 뒤통수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하트브레이커의 가사 '내가 뭘 잘못했는지' 부분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의 찌질함을 공유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는 법을 알리고 싶어서다. INFP인 나는 이불 킥을 하게 되는 과거들을 평소에 많이 떠올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생각을 해보면 나의 분노, 우울, 행복의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제삼자의 입장으로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상황
- 나는 어릴 적 영어 과외 선생님 앞에서 공부 안 하고 게임을 많이 한다는 엄마의 꾸중에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대들었다.
그 당시 나의 감정
- 나는 영어 과외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엄마의 꾸중으로 나의 이미지가 추락해버린 것 같아서 화를 냈다. 또한 공부는 실제로 많이 안 했어서 정곡을 찔려 더 성을 냈다.
성숙한 영어 선생님의 권유로 엄마에게 사과를 하고 끝났지만, 지금의 나라면 사과와 함께 내가 싫어하는 상황을 엄마에게 솔직히 말했을 것이다.
'친하지 않은 누군가의 앞에서 나의 안 좋은 면을 말해 깎아내리지 말아 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 감정 변화의 이유를 캐치하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고 행복해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옳고 그름에 기반해서 합리화를 하기보다 원초적인 이유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다. 물론 주변 사람과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들은 버리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나 자신과 마주 볼 때는 솔직한 나의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평소에 이런 과정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나는 꽤나 괴로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생각만큼 나는 그렇게 큰 위인이 아닌 것을 인정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새로운 기준들이 모여 주관적인 기준이 탄탄해지기 시작했고 방향성이 정해졌다.
과거의 나를 교훈 삼아 성장하는 과정은 뿌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이불킥하던 과거를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하면 잊고 싶은 괴로운 기억들도 성장의 발판으로 치환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후회한다. 그러나 그 후의 선택들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