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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번들 Jun 06. 2022

먼저 간 친구 곁에 있고 싶어요.

Dear Life

  어린 시절 나는 비행장이 마주 보이는 마을에 살았다. 끊임없이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갔다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지금은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후세계로의 모험은 이런 여행과 다르다. 마음먹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일회적이고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자살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그는 큰 충격에 빠졌다. 친구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친구가 간 이후 모든 것이 헛된 것 같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먼저 간 친구를 만나러 사후세계로 모험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그 친구와 만나고 싶었다. 그는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카톡으로 다른 친구에게 보냈다. 그것을 본 친구는 그의 부모님께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문자를 본 부모님은 말로 안 되는 상황에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고 난 후 학교나 주변에서 그를 보살피는 사후 관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그는 지금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다. 그는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 자신과 늘 함께했던 친구의 죽음으로 살아갈 의욕이 없어졌다. 먼저 가버린 그 친구가 야속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친구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 친구를 따라 사후세계로 가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는 지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죽게 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보다 죽은 그 친구와 함께 있고 싶은 생각이 더 앞섰다. 그것이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의 미안함을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그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슬픈 감정이 너무 커서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친구의 죽음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지도 못한 채, 자기 마음에 두고 같이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먼저 그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음을 알아야 한다. 그가 죽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할 때 아무 비판 없이 들어주고 이해해 주려고 해야 한다. 이것은 어려울 수 있다. 부모님 자신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상적인 애도 과정을 갖지 못했다. 그가 죽음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현실에 복귀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의 슬픔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그치며 잊어버리라고 강요하면 그 슬픔이 커져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고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때 남은 사람들이 죽음의 여행이 아니라 삶의 여행을 선택하게 하려면 아무 조건 없이 그들과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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