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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번들 May 29. 2022

친구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Dear Life

  돌이켜 보면 나에게 청소년 시절에 꿈과 고민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이가 든 지금도 힘들 때마다 친구에게 전화하면 고향 같은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청소년 시기의 친구란 평생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울증이 발병되어 정신과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약을 먹어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가족들도 지쳤는지 그녀의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녀는 가족들이 자신에게 퍼부은 공을 생각하면 늘 죄스러웠다. 그녀는 점점 누군가에게 자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었다. 자기가 이제 고립되었다고 느꼈다. 무력감이 점점 커지게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우울증 약도 끊었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도 그녀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기에 처음에는 함께 고민을 나누는 사이였다. 그녀는 자신이 힘들 때마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친구들이 있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큰 힘이 되었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너무 많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니 그들도 부담스러워하였다.  자신이 친구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더구나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자책감까지 들었다. 이제 친구들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 늪 속에 빠져 점점 힘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곳에서 벗어나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 아마도 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지금까지 받고 있는 치료적 도움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필수적인 의료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옆에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부모나 가족들이 일방적인 충고나 지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 친구들도 섣부른 위로나 조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들은 그녀를 더 움츠러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늪에서 나오려면 누군가 그녀의 힘든 이야기를 비판하지 않고 아무 조건 없이 수용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녀의 친구들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녀가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그녀가 자기 안에 머물지 말고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위해 함께 봉사활동도 해서 성취감을 느껴보게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공부의 압박 같은 데서 벗어나 즐겁게 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녀의 우울증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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